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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소외론', '신당' 창당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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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호남소외론', '신당' 창당 부추긴다

<분석> 정계개편 대비 명분전쟁 이미 시작

‘호남 소외론’이 정가의 화두다.

‘소외론’이 내세우는 근거는 인사다. 노무현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호남 출신이 차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김대중 정부에서 호남 출신들의 고위직 독식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에 비교해서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인구비례에 비추어 호남이 소외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호남 소외론’은 이러저러한 사실관계와 무관하다. 따지고 보면 “어쨌든 줄어들었지 않느냐”는 항변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구비례까지 따져가면서 객관적으로 ‘소외’를 ‘입증’하는 차원의 논리적 공방이 아니다.

‘호남 소외론’은 정치적 주장이다. 민주당 내부투쟁, 신당 창당, 정계개편, 소위 ‘백제당’ 등과 직접 연결된 정치구호일 뿐이다.

***‘백제당’ 근거 마련 위한 호남 정치기득권층의 정치적 선동**

‘호남 소외론’을 개진하는 주체는 호남의 정치적 기득권층들이다.

광주시의회가 “인사와 지역개발에서 차별을 철폐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총리에게 공식 질의를 하고 나섰다.

이들의 노림수는 뭘까? ‘소외론’으로 호남을 묶어 노 대통령과 차별되는 독자적인 정치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소외론’을 퍼뜨리기 위해 이들은 “거의 1백%에 달하는 압도적 지지로 노 대통령을 당선시켜 줬는데 돌아오는 건 푸대접뿐”이라는 논리를 구사한다.

이 논리가 실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긴 한다. 청와대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호남지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85.4%, 국정운영의 지역적 균등성에 대해서도 84.4%가 균등하다고 답했다. 압도적 수치이긴 하지만 대선 당시 지지율에 비하면 분명 떨어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 여전히 호남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이 퍼뜨리는 ‘호남 소외론’에 공감하면서 노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호남 지역민들은 결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정치권은 근거 없는 ‘민심’을 들이대며 연일 ‘소외론’ ‘푸대접론’을 외치고 있다. ‘소외’가 기정사실인양 만드는 정치적 선동이다.

이런 선동을 통해 민주당 구주류를 묶어세우고, 호남 출신 민주당 대의원들, 호남 출신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속시켜 보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태풍전야의 고요상태다. 당 개혁안 최종마무리를 둘러싼 갈등은 재보선을 핑계로 일시 중단됐다.

선거 직후 어떻게든 다시 부딪힐 것이다. 그리곤 경선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참여형이라 해도 어쨌든 민주당 언저리에 맴돌던 사람들의 표심이 관건이다. 여기서 승리하기 위해 일찌감치 표단속용 공감대 확산작업이 시작됐다. 그것이 바로 ‘호남 소외론’이다.

또 신주류 개혁파들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될 경우 구주류세력들은 결국 호남에 근거지를 둔 독자 정당을 꾸려가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백제당’이다. 그리고 곧바로 총선이다. 총선에선 신당과 ‘백제당’이 호남에서 격돌한다. 이때 승리하기 위해 벌써부터 노 대통령 공격구호가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호남 소외론’이다.

***청와대.신주류 강경파 정면 대응, 신당 불사?**

이러한 호남 정치권의 선동에 대해 청와대와 신주류 강경파도 발 벗고 정면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은 점잖게 대응한다. “잘 조사해서 인사편중이 있다면 시정하라”며 짐짓 ‘소외론’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무마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그 밑에선 초강경자세다. 이례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호남의 실제 민심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급기야 ‘지역감정 악용’이란 발언까지 튀어나왔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지역 일부 정치인이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있다”며 “광주에서 2-3명의 의원이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원지까지 지목했다.

신당론의 기수로 꼽히는 신주류 강경파 천정배 의원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일부의 문제점을 과대포장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호남에도 통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호남 출신 국민들은 높은 정치의식을 지니고 지역주의 극복에 앞장서 왔고, 지난해 광주 경선과 대선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사실을 왜곡.과장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겨 낡은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일부 기득권 세력에 대해서는 호남 출신 국민들이 앞장서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는 경고다.

그야말로 일전불사의 태도가 읽힌다. 결국 민주당은 신당과 백제당으로 쪼개질 수순을 밟는 것일까?

***한나라당 - 일단은 여유, 장기적으론 파급영향 주시**

한나라당의 반응도 흥미롭다. 일단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박종희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요근래 민주당 구주류 인사들이 ‘호남차별론’을 제기하자 급기야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편중이 있다면 시정하라’면서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가 하면 일부 신주류 핵심들은 ‘호남푸대접’론을 정면 반박하는 등 가히 난장판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가깝게는 4.24 재보선, 멀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어떻게든 자신들 쪽으로 묶어놓기 위해 인사문제를 제멋대로 이용하려는 속셈이란 측면에선 대통령이나 신.구주류나 똑같다”면서 “이는 호남인은 물론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정치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갈등을 질타하면서 한편 즐기는 여유가 느껴지는 논평이다. 싸우는 양쪽 모두를 동시에 공격하고, 말리는 척 하면서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호남 소외론’의 반대 파장으로 영남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남 출신 중용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한나라당이다. 만약 신당이 가시화되고, ‘호남 소외론’도 널리 퍼지게 되면 영남에서 노 대통령과 신당의 성적이 올라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언제까지나 한나라당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누가 이득 보고, 누가 손해 볼까?**

이처럼 ‘호남 소외론’은 하나의 정치적 슬로건이 되고 있다. 실제 인사편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움직이는 자체 작동력을 지닌 정치현상이 되어 버렸다.

호남의 정치적 기득권층이 시작했고, 민주당 신주류와 청와대가 정면 대응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이슈로 변화됐다. 일단 민주당 신.구주류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신당 창당을 부추기게 만드는 효과를 지닌 듯하다.

과연 이 ‘호남 소외론’을 통해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게 될까?

이 문제를 꺼낸 측이 역풍을 맞아 스스로 고립될 수도 있고, 반대로 조금씩 조금씩 세를 모으면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득실계산은 아직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미 전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정계개편을 대비한 민심잡기용 명분싸움, 그 첫 화두로 '호남 소외론'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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