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노인들이 급증하는 반면 이들을 수용할 장기요양보호시설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단기보호시설의 입소 기간을 1회 45일, 연간 90일로 제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지침이 '떠돌이 노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장향숙 의원(열린우리당)은 16일 국정감사 정책리포트를 통해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도 없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입소 기간을 정해놓은 복지부 지침 때문에 보호시설을 찾아 이리저리 방황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무의미한 노인단기보호시설 입소지침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반 동안 10번 이상 시설 옮겨 다닌 노인도 43명이나"
장 의원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 노인(69세)은 지난 2004년 1월 서울 '진각치매단기보호센터'를 시작으로 2006년 6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성심노인의 집'까지 6개 기관을 총 11차례 옮겨 다녔다. 이 기간 동안 김 노인이 집에서 지낸 기간은 16일. 그는 가족 중 보호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시설에 맡겨졌지만 한 시설에서 장기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설을 찾아 옮겨 다닌 것.
장 의원은 또 2004년~2006년 6월까지 노인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한 저소득층 노인 4396명의 시설입소 현황을 통해 김 노인의 사례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4386명 중 20.7%에 해당하는 908명의 노인들이 3회 이상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했으며, 심지어 10번 이상 시설을 옮겨 다닌 노인도 43명이나 되고, 전남의 한 노인은 23번이나 시설에 입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4개 시설 중 복지부 지침 준수하는 시설 25개에 불과"
또 지난 2년 반 동안 단기보호시설에 입소했던 노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한 기간을 보면 복지부의 지침이 무의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시설 입소 후 생활기간이 45일 이하였던 노인은 조사 대상 4209명의 35%인 1474명, 45일부터 복지부 지침 상 머무를 수 있는 최장기간인 90일 이하를 머문 노인은 1318명(31.3%)으로 65.3%만이 복지부 지침을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시설에서만 600일 이상을 보낸 노인도 45명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 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시설도 마찬가지. 장 의원은 "전국 84개 노인단기보호시설 중 1회 입소기간을 45일로 제한한 복지부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 시설은 25개소에 불과했다"며 "시설의 입장에서도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의 딱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노인들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에서 시설이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26개 시설 중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 기관은 1개소뿐이었고, 평균 입소기간도 72.9일로 입소기간이 평균 108.3일인 제주도에 이어 2번째로 길었다.
"복지부 지침이 오히려 노인들에게 피해"
장 의원은 "노인들이 이렇게 시설을 옮겨 다니게 되면 건강도 악화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심한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 지침을 없앨 것을 촉구했다.
장 의원은 또 "노인수발보험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각종 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시설 기반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가족의 보호가 불가능한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보호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수발보험제도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주위의 도움 없인 혼자 생활할 수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간병, 수발, 목욕, 간호, 재활 등의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는 제도로, 정부는 오는 2008년부터 7월부터 이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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