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전효숙 소장 임명 과정과 관련된 각 당의 입장에 동의를 강요하는 여야 의원들의 공방으로 점철됐다.
헌재소장 대행에 대한 증인출석 요구 관철 못해
전날 주선회 헌법재판소 소장 대행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날 국감은 서상홍 사무처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조정돼 열렸다.
하지만 이같은 형식에 만족하지 못한 여야 의원 대부분은 헌재소장대행의 출석과 답변을 요구하는 것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 등은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이미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는 비판과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주선회 재판관이 청문회를 안 거쳐서 이런 태도를 보인다"며 "헌재소장은 자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박세환 의원은 "헌재소장이 국감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헌법의 파괴를 헌재가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주성영 의원은 "이미 내려진 판결이 언론이나 다른 국가기관의 비판을 받고 번복된 사례도 있다"면서 "헌재의 판결이 국감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사무처장은 공직자로서의 자세와 식견이 안돼 있다"고 사무처장을 비판했다.
요컨대 헌재의 판결 내용도 국감의 대상이라고 판단한 여야 의원들은 소장을 상대로 이를 추궁하기를 원했으나, "헌법재판소의 운영에 대한 사항만 국정감사의 대상이고 재판소의 결정내용은 입법부가 감사하거나 비판할 사항이 아니다"고 입장을 정한 주선회 대행을 불러내지는 못했다.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관련 법률 해석 내가 맞지요?'
한편 다수의 여야 의원들은 질의시간으로 배정된 7분을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과 관련된 자신들의 입장과 관련해 서 사무처장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끌어내는 데에 소비했다.
한나라당의 박세환 의원은 "전효숙 재판관이 헌재소장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오찬을 했는데 그것은 사적인 만남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적인 식사모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서 사무처장이 "제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자 "처장이 그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다면 여기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윽박질렀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만약 여당이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면 한나라당이 직무정지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낼 텐데 그러면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떨어지고 국민의 불신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질문 형식의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사무처장은 "그런 일이 일어나면 헌법재판소의 권위에 상당한 타격이 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다음에 전효숙 재판관의 사표가 수리되었으므로 임명동의안은 무효"라며 "헌재도 자신의 의견을 청와대와 국회에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열린우리당의 이종걸 의원은 전효숙 재판관의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가 대법원의 의견을 구했다는 청와대의 발표에 대한 확인을 구했고, 이에 대해 서 사무처장은 "청와대로부터 공식 채널을 통한 문의는 없었다. 전 재판관이 동료 재판관들과 재판연구관들과 심도있게 검토했고, 거기에 동의하는 의견들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경우도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앞섰다는 전례를 바탕으로 전효숙 지명자 임명동의안의 적법성을 옹호했다. 이에 대해 서 사무처장은 "윤영철 소장뿐 아니라 지금까지 헌재소장으로 재임했던 3명 모두가 헌법재판관이 아닌 상태에서 국회의 헌재소장 임명동의를 받았다"고 수긍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전효숙 재판관을 사퇴시키고 재임명하기로 한) 청와대의 결정에 헌재가 동의를 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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