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를 계기로 기형적인 엘리트 체육을 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화재로 숨진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원 8명의 영결식이 열린 1일 낮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는 관련 시민단체들이 모여 '합숙소폐지와 체육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출범하고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체육계와 당국에 강력하게 호소했다.
<사진>
***월드컵 4강 이면, 반인권적 합숙소**
공대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월드컵 4강국의 영광이면에 어린 선수들의 비교육적·반인권적 합숙소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또래 아이들과 한창 함께 놀고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취미활동으로 해야 할 청소년기에 운동기계가 되고 운동에 인생승부를 걸게 된 것은 학생 탓이 아니라 잘못된 제도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제 체육은 청소년과 일반 국민의 품으로 돌려져야 한다”며 합숙소 폐지를 비롯한 학원체육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과 체육의 혜택을 일반 청소년과 국민이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개혁을 관계당국에 요구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1972년 ‘체육특기자진학제도’가 생겨 공부를 소홀히 해도 8강이나 4강에 들면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하게 됐고 이후 국내 학원스포츠는 진학을 위해 ‘무조건 이기기’가 팽배해 지면서 점차 학생활동이나 여가로서의 건전한 체육이 아닌 중학교 1학년 이후에 는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어린 직업선수’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고임수 전국체육교사모임 대표는 “현재 고등학교의 1년 체육수업 예산이 3백만원이고 1백만원의 운동기구(구입·보수)예산이 추가 돼도 4백만원”이라며 엘리트 체육이 가져 온 또 다른 역작용인 일반 학생들의 열악한 체육수업 환경을 전했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나진균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학습권이나 인권을 침해 받으면서 까지 운동에만 몰두해야 하는 것은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 한다”며 “이제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부등 관계당국이 배려를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 했다.
***“1등 지상주의가 만든 또 하나의 병폐”**
원용진 문화연대 정책위원장은 “현재의 기형적인 엘리트체육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1등지상주의가 만든 또 하나의 병폐”라며 “1등이 아니면 돌아보지도 않는 현재의 풍토가 개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정책위원장은 또 “신문 등 우리언론은 이런 사건이 날 때 마다 기사로는 비판하고 주중에 학생경기를 주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언론부터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고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선희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회장은 “현재 운동부 학생들의 학부형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측이 시키는 선수들의 청소·식사·빨래까지 모두 하고 있다”고 말하고 “여기에 더해 팀의 재정까지 맡아 평균적으로 초·중학생시절에는 50만원, 고등학교 때는 1백만원씩 운영비를 매달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축구 칼럼니스트 정윤수씨는 “운동이 즐거운 활동이 아닌 ‘진학수단’이 되면서 8강, 4강에 들기 위한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돼 버렸다”며 “다른 모든 사회활동처럼 축구도 창조성과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한 것인데 현재의 기형적인 엘리트 체육이 이를 막고 그 영향이 투자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영석 전 서울체고 교장은 “이번 참사에 체육교육을 책임졌던 사람 중 하나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학교체육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공대위에 조언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날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합숙소를 즉각 폐쇄할 것 ▲교육부 장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 할 것 ▲학원체육의 정상화와 한국체육 개혁을 위한 가칭 '체육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 등 4개 항의 요구사항을 관계부처에 요구하고 교육부 앞에서의 릴레이 1인 시위와 대국민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