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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침공, 한국언론의 세가지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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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의 이라크 침공, 한국언론의 세가지 오류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반윤리ㆍ부정확ㆍ불공정성

예상과는 달리 이라크군의 거센 저항 속에 2003년 미-이라크 전쟁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쟁초기 미국의 CNN방송에 크게 의존하던 한국언론은 조금씩 알자지라 방송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양상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과는 상반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한국언론은 전쟁이라는 극단적 국가이익이 대립되는 상황을 취재, 보도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적어도 세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어 시급한 시정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공중파 방송의 반윤리적 보도행태는 더 이상 좌시하기 힘들 정도다. 세 가지 오류는 크게 보도의 반윤리성, 용어의 부정확성, 보도의 불공정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보도의 반윤리성 문제다.

공중파 방송들은 '3D영상'을 이용하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하여 전쟁을 마치 흥미진진한 전자게임처럼 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쟁을 보다 자세하게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한 차원에서 준비된 영상물이라는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역작용이 더 크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윤리를 거론한다는 자체가 모순이 될 수 있지만 언론에서만큼은 보도의 윤리성을 지키는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

또한 비록 알자지라와 같은 외국방송의 영상물을 받아서 방영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시체를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방송보도의 윤리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또한 각종 첨단무기의 성능과 가공할 만한 파괴력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보도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런 병기가 인명살상용이며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며 그런 보도 저편에 공포에 떨고 있는 이라크 주민을 생각한다면... 그 포격이 대한민국 국민을 겨냥하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성능을 자랑하며 보도할 것인가.

두 번째는 용어의 정확성 문제다.

각 신문과 방송은 입장에 따라 이번 이라크 전쟁의 팻말을 조금씩 다르게 달고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KBS와 MBC는 '이라크 공격'이라고 하는 반면, SBS의 경우 '이라크 침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라크 공격', 한겨레는 '미국, 이라크 침공', 중앙일보는 '이라크 전쟁'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있다.

공격과 침공은 비슷한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지만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저널리즘에서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미국 언론은 '공격(Attack)'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일부 국내언론은 미국언론을 그대로 인용했다. '침공(Military Invasion)'은 '공격'과 같은 단순하고도 무가치적인 표현보다는 강도가 더 높고 불법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의 성격과 발발과정을 볼 때 공격과 침공 중 어느 쪽이 더 적확한 표현인가.

미국은 유엔의 동의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후승인조차 받지 못해서 전쟁의 당위성과 정당성에 대해 전 세계의 비판과 도전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 이 전쟁은 '전쟁을 반대하는' 유엔헌장을 위반한 도발행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라크가 오사마 빈 라덴과 어떤 직접적 관계가 있는지 그 증거를 제시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과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무수한 민간인까지 피해를 주는 전쟁을 도발했다는 점에서 '침공'이 더 적확한 표현이다.

과거 80년대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했을 때도 미국언론은 '군사작전 전개(military manuver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대부분 한국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미국언론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훗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이 사건을 두고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행위'라고 미국 비난 결의안까지 채택했던 적이 있다.

또한 한국방송사들은 미국의 포격을 '족집게 포격'이라고 떠들다가 곧 '융단포격'이라고도 하며 우왕좌왕했다. 두 용어가 동의어가 아닌데 어떻게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 국민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서 민간피해 규모와 내용이 보도되면서 더 이상 '족집게 포격'이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보도의 공정성은 이번에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전쟁발발 이후 거의 매일 저녁 9시 메인뉴스 시간에 우리 시청자들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 럼스펠트 국방장관, 마이어스 합참의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들어야했다. 심지어 '후세인이 사망했다' '지휘부가 단절됐다'는 식의 미 당국 선무공작에 그대로 놀아났다. 또한 미국의 전쟁논리를 전파하는 CNN 방송의 일방적 미국편향 방송물을 동시통역 서비스하는 우를 범했다. '방송주권' 회복에 대한 노력도 의지도 볼 수 없었다.

다행히 미국의 언론통제권역 밖에서 보도하는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내용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정보덕분에 상황은 비교적 소상하게 알려지고 있는 편이다. 한국 언론이 좀 더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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