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할인한다? 노동자를 할인하는 것이 아니고?"
2001아울렛 부평점을 둘러싼 첫 번째 논란은 '백화점을 할인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한다'고 선전해 온 이 점포의 대규모 비정규직 사용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이랜드-까르푸-뉴코아 3사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25일 이 점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1아울렛 부평점은 1000여 명의 노동자 중 33명 만이 정규직"이라며 "'백화점을 할인하는 곳'이 아니라 '노동자를 할인하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유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부분의 국내 자본이 소유한 유통업체들이 80~90% 정도의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경욱 까르푸노조 위원장은 "이마트에서 일하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백이면 백 파견업체 소속의 파견노동자"라며 유통업계의 심각한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랜드그룹이나 신세계 등 최근 유통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국내자본들의 경쟁력이 모두 이와 같은 비정규직의 대량 고용으로부터 비롯됐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40~60% 수준으로 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던 월마트와 까르푸는 국내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정규직 비율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철수했다는 것이다.
이랜드와 신세계는 각각 현지화에 실패하고 짐을 싼 까르푸와 월마트를 인수했다. 이같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외국자본이 잇달아 패배한 것은 국내자본도 경쟁력을 가지면 외국자본을 밀어낼 수 있다는 식의 부풀려진 신화를 낳고 있으며, 한미 FTA 체결 이후에도 국내자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국내자본의 승리의 원인은 사실 더 많은 비정규직 고용에 있었다"며 결국 이같은 경쟁 속에 국민들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통업계 '관행' 감안하더라도 2001아울렛 부평점은 '지나치다'"
유통업계의 '관행'을 감안하더라도 부평점의 비정규직 비율은 지나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점포의 비정규직 비율은 97%다.
이남신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다른 매장의 경우 현금을 다루는 계산원은 대부분 정규직이지만 부평점은 한 층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비정규직"이라며 "그나마 지금은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33명이지만 매장 개장을 마치고 어느 정도 영업이 안정단계에 들어서면 정규직의 비율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단순히 부평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랜드가 앞으로 부평점을 모델로 삼아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전체 점포에 이같은 형태의 고용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약 97%에 달하는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매점으로 확산됨으로써 "지역사회 양극화와 빈곤화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랜드 "통계에 문제가 있다"…노조 "각 점포 판매사원도 사실상 이랜드의 비정규직"
이랜드 측은 이같은 통계에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부평점의 전체 노동자 수는 1000여 명이 아닌 700여 명 수준이며 그 중 500~600명은 각 점포에 들어올 브랜드 업체에서 파견한 사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밝힌 '97%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과장이라는 얘기다.
부평점의 정규직 직원이 33명인 것은 맞지만 이랜드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판매직 51명, 계산원(캐셔) 40명 뿐 각 점포 직원들은 이랜드와 관계가 없는 노동자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는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 대형 할인매장의 비정규직 비율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며 특별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같은 회사의 설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남신 부위원장은 "부평점 오픈에 앞서 나온 모집공고를 보니 패션브랜드 분야만 매장주 200명에 판매사원 500명 수준이었다"며 "여기에 농산물·생필품 등 각 매장별 인원을 더하면 전체 노동자는 충분히 1000여 명 수준이 된다"고 반박했다.
각 점포별로 고용된 판매사원들은 이랜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회사 측의 설명에 대해서도 이남신 부위원장은 "점포별 판매사원 역시 채용과정에서 2001아울렛 관리자가 직접 면접을 본다"며 "더욱이 이랜드에서 실시하는 '3진 아웃제' 역시 각 점포의 직원에게까지 해당된다"고 말했다. 각 점포의 판매사원이 형식적으로는 점포 업주와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만 사실상 2001아울렛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준공검사 안 거친 건물이 개장? 불법성 논란도
또 한 가지 잡음은 '준공검사 이행 여부'의 문제다. 노조는 "매장 건물이 준공검사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이랜드그룹이 영업을 개시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을 볼모로 대형사고를 묵과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부평구청의 주택과 관계자도 2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는 2001아울렛 부평점의 26일 개장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장이 합법으로 영업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행위허가를 받은 뒤 사용검사 신청을 통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2001아울렛은 행위허가만 나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불법 영업이 되면 주택관계법에 따라 건물소유주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돼 있다. 현재 건물 소유주는 이랜드그룹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주식회사다. 이랜드는 현대산업개발주식회사로부터 건물을 임대해 2001아울렛을 개장하는 것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25일 "우리는 건물을 임대한 것일 뿐이어서 준공검사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없다"며 이같은 '잡음'을 일축했지만 결국 이랜드는 2001아울렛의 개장을 연기했다. 이 관계자는 26일 "준공검사 문제로 시작부터 안 좋은 소리가 들릴 필요가 없지 않냐는 판단에 준공검사를 받을 때까지 오픈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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