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가문의 영광> 시리즈 3편인 <가문의 부활>이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전국 5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가문의 부활>은 서울 25만여 명, 전국 125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가뿐히' 흥행 선두를 달렸다. 관객 점유율만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가문의 부활>의 관객 점유율은 49.6%.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의 약 절반이 <가문의 부활>을 봤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관객 쏠림 현상은 '별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의 기호 탓도 있지만 극장에 걸려 있는 영화 종류가 많지 않았던 탓도 크다. <라디오스타><타짜><잘 살아보세> 등 대부분의 '큰' 영화들이 추석 시즌을 겨냥해 개봉 일을 9월 28일로 잡은 것과 달리 <가문의 부활>은 한주 앞서 개봉 날짜를 잡았다. 실제 이번 주에 개봉한 영화는 <가문의 부활>을 포함해 고작 네 편에 불과하다. 9월 28일에 개봉하는 영화가 무려 11편에 이르니 다음 주 박스오피스가 얼마나 치열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 이번 주 박스오피스 결과만 지켜보자면 추석 시즌 한주 전에 개봉해 크게 한탕 하려는 <가문의 부활>의 개봉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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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개봉해 첫 주 120만 흥행 기록을 세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번 주말 서울 14만여 명을 보태 지금까지 205만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전국 471개라는 넉넉한 스크린을 비워 제대로 관객 사냥에 나섰지만 <가문의 부활>의 기세에 확실히 눌렸다. 그래도 '추석 대란'에 앞서 200만이라는 안전 스코어를 확보했으니 그리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차지한 <가문의 부활>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외의 다른 영화들의 스코어는 미미하다. 두 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77.5%에 이르니 안 봐도 뻔한 수치들이다. 4위를 차지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서울 1만 5천, 5위에 오른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은 서울 1만 2천을 모아 박스오피스에 순위를 올렸다는 것 말고 뚜렷한 흥행 의미는 남기지 못했다. 그나마 3위를 차지한 <야연>이 서울 주말 5만 8천, 전국 22만여 명을 기록해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주연 배우 장쯔이와 다니엘 우, 펑 샤오강 감독이 모두 내한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인 것을 생각한다면 훌륭한 성적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를 보면 그야말로 '추석 시즌 전야제'라는 생각이 든다. <가문의 부활>이 박스오피스를 깨끗하게 평정한 대신 엘 고어의 환경 다큐 <불편한 진실>과 9.11을 다룬 폴 그린그래스의 <플라이트 93>은 박스오피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야흐로 유쾌하게 웃고 즐겁게 노는 '추석 시즌'이 돌아오고 있다. 다음 주 박스오피스 결과가 기다려지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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