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대규모 공습인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작전으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가 화염에 쌓이면서 전 세계의 고고학자들과 성서학자들도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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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는 공군기지인 무데나 주변에도 곳곳에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이 산재해 있는 ‘인류의 고도’이고 대통령 궁은 다양한 고대유물의 전시장으로도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이 만들어낸 삼각주를 끼고 인류 4대문명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탄생한 곳으로 선사시대 이후 함무라비 법전과 바벨탑의 흔적으로 유명한 바빌론, 아시리아, 수메르 등 각 종교의 경전에까지 등장하는 고대국가와 8세기의 이슬람국가 압바스 왕조가 번성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이라크는 또한 국토 곳곳이 부시 미 대통령의 종교이기도 한 기독교의 '성지' 이기도 하다. 성서학자들에 주장에 따르면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이 바로 현재의 이라크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인류가 건설한 최초의 도시였다는 ‘우르’ 지역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이 모두 ‘믿음의 조상’으로 신성시하고 있는 아브라함의 고향이다.
바그다드 북쪽 40km 지점에는 옛 고대왕국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의 유적도 남아 있는데 이곳의 모스크에는 전시되어 있는 고래 뼈는 선지자인 요나를 삼켰던 고래의 것이라고 한다.
이라크는 중세에 들어서면서 기독교에서 이슬람의 중심지로 변모했고 회교의 성전인 ‘모스크’ 양식은 이곳에서 탄생해 전 세계로 번져 갔다.
세계 고고학계는 이라크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비롯한 고대 유적지만 1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화려한 문화유산들은 이미 91년 걸프전 때 미군의 공격으로 인해 3천여 점의 유물이 손실되고 9곳의 박물관이 불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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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군의 폭격과 사격에 의한 유적들의 피해를 외신들은 ‘지진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미국의 미술사학자들은 최근 그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라크 ‘유적지도’를 작성해 미 국방부에 전달하고 피해를 최소화 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는 맥과이어 깁슨 교수는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라크가 최초의 문명발상지로서 가진 엄청난 유물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지금은 미군에 유물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명령이 내려져 있으나 전쟁이 장기화 하면 군인들이 고대 유적지가 있는 고지대를 확보하려 해 위험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이라크 내의 고대 유적지에 대해 국제적 차원에서 조사와 보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 아프칸을 침공하기 직전인 2001년 말에 탈레반이 고대 불교유적인 바미안 석물을 다이너마이트로 파괴한 ‘야만성’을 세계에 폭로하며 공격의 정당성 중 하나로 삼았었다.
그러나 미국은 전시에 문화·종교 유적을 공격 목표로 삼지 못하도록 규정한 1954년의 헤이그 협정에는 아직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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