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 국제회의에 참석한 ‘독일병역거부자지원연대’의 페터 토비아센 등 외국시민단체의 대표 6명은 13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귀중한 역할을 할 인적자원 손실 일 뿐**
이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이미 유엔이 인정한 기본권이며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였던 옛 서독에서도 냉전시대에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됐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가 병역거부를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을 투옥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일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귀중한 역할을 할 인적자원 손실일뿐”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레이아스 스펙 반전인터내셔날 대표는 “병역거부에 대한 이해 부족은 한국사회가 아직 민주주의 발전단계이기 때문에 겪는 갈등일 것”이라며 “반전과 병역거부는 세계의 여러 평화운동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며 병역거부자 투옥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피터 토비아슨은 “독일의 경우 헌법에서도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한국의 헌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는 것에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현재 병역거부와 대체복부가 아무런 차별이나 구분이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하며 “이런 제도들이 갖춰지고 시행된 것이 40년대 말과 50년대 초의 냉전기임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평화운동가인 아미르 지불은 “이스라엘은 안보위기라는 상황과 맞물려 있어서 이 문제를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과 함께 병행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 팔레스타인과 긴장이 고조되자 정부가 전에는 병역거부자를 2~3차례에 걸쳐 1달 정도만 투옥하던 관례를 무시하고 7~8차례에 걸쳐 투옥하고 있다”고 최근 악화되고 이스라엘의 인권상황을 전했다. 아미르는 “사회전체가 병영화하면서 여성에 대한 억압이나 병역거부자에 대한 차별도 저마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국도 유엔에 가입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약속을 지켜라"**
이날 오전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를 면회하느라 뒤늦게 참석한 레이첼 블렛 제네바 퀘이커 유엔사무소 대표는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거부로 군사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3년째 복역중인 박모(22)씨 등 2명을 면담한 결과를 소개했다.
레이첼은 “박씨 등이 전한 바에 따르면 군사법원에서 25명의 병역거부자 재판을 단 30분만에 끝냈고 변호사도 없이 스스로 1분간 변론을 했는데 판사는 그 이야기를 경청하지도 않은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유엔이 병역거부를 권리로 인정하고 있고 한국도 유엔에 가입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레이첼은 “특정종교의 종교집회를 병역거부자라는 이유로 정부수립이후 일체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이고 "오늘 면회는 앞으로 나의 일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자신이 받은 충격을 전했다.
청 타이리 대만 병무청 부청장은 ‘수교관계가 없는 한국에서의 공식적인 기자회견 참가가 외교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기자회견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대만에서 시행한 대체복무가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참가자들을 통해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안보상황이 한국보다 열악한 대만도 이미 대체복부를 시행하고 있고 그 성과가 크자 다양한 혜택을 주고 복무기간도 군복부와 형평성을 고려해 줄이는 문제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정부도 이제 대체복무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실행하기 바란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기총 등이 대체복부 반대압력 가해**
자신의 아들이 병역거부자로 옥고를 치른 방송인 양지운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끝까지 함께 한 후 “병역거부를 병역기피자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분명히 다른 사안”이라며 “국가를 위해 군대보다 더 힘든 봉사를 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을 아무 대책도 없이 1천5백여명이나 감옥에 가두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양씨는 또 “한기총 등 보수적인 기독교교단체들이 우리를 ‘이단’이라고 몰아 부치고 대체복무와 관련하여 법무부에 계속 반대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하고 “고상한 ‘일단’들이 왜 불교 등 다른 종교도 도움을 주는 이 문제에 끼어들어 방해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양씨는 “현역복무보다 길고 어려운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신앙인과 평화주의자들이 짧게는 1년 반에서 길게는 3년에서 가까운 교도소생활로 ‘폐인’이 되어 나오고 있다”며 “내 아들도 지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를 방문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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