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성수기 시즌을 마무리한 극장가는 9월에도 여전히 숨 돌릴 틈 없이 바쁠 예정이다. 9월에 개봉하는 영화가 무려 30여 편에 이르기 때문이다. 평균 하루에 한 편 꼴로 새로운 영화가 내걸리는 셈이니 9월에도 8월 못지않은 개봉 경쟁이 예상된다. 9월에 이렇게 개봉 영화들이 넘쳐나는 것은 왜 일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월드컵을 피해 4월로 개봉 일정을 잡았던 영화들처럼 모두, 8월 극장가를 점령한 <괴물>을 피한 때문일까? 9월 극장가가 바쁜 것은 다른 시즌의 위험 요소를 피해서라기보다 9월에 개봉해야만 '딱'인 영화들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플라이트 93>이 여기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작품. 그 밖에도 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무라카미 마사노리 감독의 <전차남>, 장쯔이 주연의 무협 로맨스 <야연>,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가을용 로맨스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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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즌 영화로 인기 1위는 단연 코미다. <가문의 부활>(左)과 <라디오 스타> 역시 유쾌한 웃음으로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프레시안무비 |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요소는 온 국민의 명절 '추석 시즌'을 앞두고 있는 탓이 크다. 올 추석 연휴는 10월 5일부터 8일까지. 하지만 일요일인 10월 1일과 개천절인 10월 3일이 징검다리로 끼어 있어 10월 첫째 주 전체가 황금 연휴 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9월 말부터 추석 시즌을 노린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 3탄인 <가문의 부활>이 9월 21일로 개봉 날짜를 잡았고, 9월의 마지막 주인 28일에는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 최동훈 감독의 <타짜>를 비롯해 워너브러더스의 '개미' 애니메이션 <앤트 불리>까지 모두 10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개봉해 추석 극장가를 달굴 예정이다. <가문의 부활>을 선두로 이범수, 김정은 주연의 <잘 살아보세>, 뮤지컬 코미디 영화 <구미호 가족>, 또 다시 코믹연기에 도전한 박중훈의 <라디오 스타>에 이르기까지 9월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추석용 종합선물 세트' 같은 오락 가족영화들로 이루어졌다면 외화들은 단단한 작품성을 내세운 영화들로 풍성하다. 장 뤽 고다르의 최신작 <사랑의 찬가>와 <아워뮤직>을 함께 감상할 수 있고, 르완다 내전을 그린 <호텔 르완다>, 앨 고어의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등 현실의 참모습을 내다본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거기다 2006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마린 고리스 감독의 <댈러웨이 부인>까지 가세해 9월 개봉작들의 '양'적 규모를 넘어 '질'적 규모까지 높여 놓았다.
서른 편 가운데 이 다섯 편만은! <불편한 진실> 감독 데이비드 구겐하임 | 출연 앨 고어 | 개봉 9월 14일 美 전 부통령이자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가 지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앨 고어는 수많은 슬라이드와 자료를 통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전한다. 지구 온난화 문제야 오래 전부터 들어오던 얘기. 하지만 앨 고어와 함께 킬리만자로, 히말라야, 콜롬비아의 빙하를 둘러보고 난 후라면 결코 이를 남의 얘기로 흘려듣지는 못할 것이다. 불편하지만 지금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할 진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라면 에어컨의 시원한 공기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독 송해성 | 출연 이나영, 강동원 | 개봉 9월 14일 정해진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는 남자와 세 번째 자살에 실패한 여자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사형수와 자살 미수자가 교도소 담장 안에서 만난다. 목요일 10시부터 1시까지,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된 두 사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담아낸다. 가을은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영화 개봉과 함께 이참에 영화의 원작인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귀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 | 개봉 9월 21일 인생 고단한 여인 라이문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녀의 동생 쏠레도 인생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던 어느 날, 쏠레 앞에 엄마가 나타난다. 문제는 엄마가 예전에 돌아가셨다는 것. 유령 신분으로 다시 나타난 엄마와 딸들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 <귀향>은 <그녀에게><나쁜 교육>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최신작이다. 페넬로페 크루즈를 비롯한 영화 속 여배우 6명이 2006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타짜> 감독 최동훈 | 출연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 개봉 9월 28일 대한민국 대표 명절을 꼽으라면 추석. 추석의 대표 오락을 꼽으라면 단연 '고스톱'이다. 추석 시즌을 맞아 개봉하는 <타짜>에는 화투로 울고 웃는 인생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그려낸 최동훈 감독이 화투판의 스릴을 다시 한번 스크린에 옮긴다.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유해진 등 연기 '타짜'들의 연기 승부를 재미도 제법일 듯. '타짜'는 최고 경지에 오른 전문 도박사를 일컫는 말이다. <금발의 초원> 감독 이누도 잇신 | 출연 이세야 유스케, 이케와키 치즈루 | 개봉 9월 28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메종 드 히미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놓치면 안 된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금발의 초원>은 80세 할아버지와 18세 소녀의 사랑을 그린다. 그렇다고 '원조교제'를 생각했다면 판단 미스! 여든 살 할아버지에게 잘못이 있다면 자신이 아직 스무 살이라고 '상상'하고 있는 것뿐이다.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둘의 사랑이 엉뚱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조제'의 이케와키 치즈루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도 매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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