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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이 3개라고? NO! 경마장은 3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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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이 3개라고? NO! 경마장은 35개

"'화상 경마장'도 도심 파고드는 도박장"

'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말 발굽 소리가 2~3분 간 가슴을 울리다가 골인 순간이 되면 4만~5만 명의 장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과천 경마장을 처음 찾는 이들은 이런 대광경을 접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관중석에는 담배를 뻑뻑 피워물며 2000원짜리 경마정보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인상을 쓰고 있는 중년의 남성들이 태반이지만, 트랙 앞의 공터에 돋자리를 깔고 앉아 가족끼리 도시락을 먹으며 '소풍'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 있는 경마장은 과천, 부산, 제주 세 곳. 하지만 경마장이 세 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른바 '화상경마장'이라 불리는 장외 발매소(KRA PLAZA)가 이미 전국에 32곳이나 개설돼 있고, 마사회는 이를 48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화상경마장은 실내에 발매소를 설치해 사람들이 마권을 구입한 뒤 화면을 통해 실제 경마 경기의 생중계를 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를 갖춘 성인오락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되면서 '화상 경마장'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과천 경마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좌. ⓒ프레시안)과 화면을 통해 경마 장면 생중계를 지켜보며 배팅을 하는 장외발매소의 모습(우. ⓒ연합뉴스).

□ 화상 경마, 스크린 경마와 다를게 뭔가 : 사행산업을 규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성인오락실 문제에 못지 않게 '합법적'으로 설치 운영되는 화상 경마장의 폐해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행성'이다. 경마장에 가면 가까운 곳에서 말을 볼 수도 있고, 실제로 말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가족형 레저공간'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하지만 실내에서 화면을 통해 이뤄지는 경마 경주가 '스크린 경마'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호기심에 과천 경마장을 찾았다가 화상경마장을 주로 찾게 된 한 30대 남성은 "과천에 갈 때는 말 달리는 모습이 시원스럽기도 하고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갔었지만, 화상경마장을 오게 된 이후로는 말이 아니라 경마정보지와 마권만 보게 되는 진짜 '도박'이 됐다"고 말했다.

□ 골목마다 '바다이야기'? 목 좋은 곳마다 '화상경마장' : 화상 경마장의 확산과 함께 '접근성'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 강원도 정선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고, 과천 경마장이나 부산경남, 제주 경마장도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화상경마장은 대부분 도심 중심부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해 있다.

서울의 경우 총 13개의 화상 경마장이 있는데 대부분 지하철 역 인근에 위치하는 등 도심부를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게다가 화상 경마장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지역 시민들과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원주 화상경마장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장을 앞두고 있고, 순천·울산도 화상경마장 개장을 두고 지역 사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 경마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중계되고 있는 경주모습. '화상경마장'이라 불리는 장외발매소에도 똑같은 화면이 생중계된다.ⓒ프레시안

□ 경마장 매출의 2/3가 화상경마 :
마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경마매출액은 5조3302억 원이었고, 이 중 장외발매소가 차지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 중 약 63%를 차지했다. 19개의 장외발매소를 갖추고 있는 경륜·경정도 장외발매소의 매출이 7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새 배보다 배꼽이 커진 셈이다.

마사회로서는 화상경마장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인 셈이다. 게다가 성인오락실이 급격히 증가하고, 카지노 경륜 등의 다른 합법 사행산업과 경쟁을 벌이며 경마 매출도 2002년 7조6510억 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마사회는 "기본적으로 경마 수익금은 사회 공익사업에 쓰이기 때문에 성인오락실 등과 비교해서는 안되고, 장외발매소를 통해 얻는 수익금은 지자체 수입 증가에 도움이 되고, 경주가 없는 날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나쁘게만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 남이 하면 '도박 산업', 내가 하면 '경제 발전'인가 :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정부의 도박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도박장을 인구가 많은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시켜, 일반인 접근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마사회와 경륜공단이 매출 감소와 생존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경마·경륜을 화상으로 관람하며 베팅할 수 있는 장외발매소 설립에 열을 올리면서, 이들 도박이 도심 속에 파고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베팅 방식까지도, 아예 전화 베팅에 이어 인터넷 베팅까지 허용해달라는 것이 경쟁 도박 업종의 요구"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 수용하고, 장외발매소 유치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국내 경마 및 경륜, 경정 사업이 이처럼 장외발매소의 수입에 의존하는 한 가족단위 건전오락장의 꿈은 결코 실현되지 않고, '국가가 허용한' 도박장으로 전락할 뿐"이라며 "이런 현실이 제기하고 있는 국가경영철학의 천박함과 경제적 관점만 주장하는 국가 및 지자체 이기주의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문화에 도전하는 암적 성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박산업규제 전국네트워크' 관계자는 "장외발매소를 도심 중심부에 늘리는 것은, 강원랜드 카지노 지점을 전국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것과 같은 짓"이라며 "정부가 수익금을 공익사업에만 쓰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서민들이 주 피해대상인 도박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했다.

성인오락실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편의점 보다 많다'고 불릴 정도로 주택가 골목골목을 파고들며 일반 서민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대표적 '도박' 중의 하나인 경마도 어느새 도심 깊숙히 파고들어와 있고, 계속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과천경마장 마감 직전의 베팅 현황. 30분 마다 이뤄지는 한 경주에 40억 원 가량이 판돈으로 걸리는데, 이 중 63% 가량이 장외발매소에서 베팅된다.ⓒ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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