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학기제' 도입 문제가 갑자기 수면 위로 부상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5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혁신위원회와 공동 주최한 학제개편토론회에서 9월 신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계기였다.
발제에 없는 것 교육부서 끼워넣어
이날의 학제개편토론회는 원래 현행 6-3-3-4년 학제의 개편과 산학협력 증진방안의 모색이 주목적이었고, 발제자들의 논의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발제문에도 없는 9월 학기제 검토를 보도자료에 슬그머니 끼워넣었다. 교육부의 방침은 오는 10월부터 교육혁신위 주도로 공론화 작업을 시작해 금년 연말까지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
9월 신학기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로 교육부는 "국외로 유학을 떠나거나 해외에 거주하던 학생이 한국의 학교에 편입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9월에 학기가 시작하게끔 조정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또 "추운 3월에 새학기가 시작되어서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9월 신학기제 만국공통 아니다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들은 9월에 신학기를 시작하고 있지만 일본은 4월에 신학기를 시작하고, 영국과 학생 교류가 빈번한 호주·뉴질랜드는 2월 신학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신학기를 3월에서 9월로 한꺼번에 변경할 경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것을 감안, 몇 년에 걸쳐서 해마다 1개월 씩 늦추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론화 이전에 시행계획까지 마련
이처럼 교육부는 이행 실천계획까지 이미 마련해둔 상태. 그러니 교육혁신위가 주도해 금년 10월부터 진행할 공론화 작업은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수렴의 자리가 아니라 이미 정부에서 확정해놓은 방침에 '국민의견 수렴'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주기 위한 요식행위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신학기 변경계획은 작년 12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인적자원개발 제2차 기본계획'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교육부가 내놓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 교육개방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금년도 신년사에서 교육서비스 개방을 가속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WTO 체제 아래서는 초.중등교육이 개방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위한 정지 작업
학제를 9월로 바꾸어서 '국제적 통용성'을 높이면 한국 학생들이 외국에 유학을 가는 '교육의 현지 소비'나, 외국의 교육기관이 한국에 분교를 설립하는 현지 직접투자의 걸림돌이 하나 줄어든다. 따라서 미국의 교육기관이 한국에 진출하거나 한국의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9월 신학기제 도입은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준다.
이들 소수를 위해 국가적 비용과 혼선을 초래하고 전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제도개편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9월 학제 도입을 미국 측에서 FTA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에서 요구했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미국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서비스 개방이 국내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우리 정부 안의 개방론자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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