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법원 "X파일 내용 매우 중대…인격권 침해 감수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법원 "X파일 내용 매우 중대…인격권 침해 감수해야"

['조각사유' 판결 전문] "언론기관 사회적 책무 다한 것"

"자료들에 담겨져 있던 내용은 그 정보의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돼 있어 이를 취득한 언론기관이나 언론기관의 종사자로서는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판단해 이를 보도하는 것이 부득이했다고 보여진다."(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 판결문 中)

'안기부 X파일'을 입수해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해 법원이 11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죄보다 보도의 공익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법원이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 또 'X파일'의 대화 당사자 및 대화에 언급된 인물들의 인격권 침해의 문제보다 언론이 공익 목적의 보도를 할 권리를 더 우선적인 가치로 판단했다는 점에 이번 판결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또 이번 판결로 공개되지 않은 'X파일' 등 이 사건과 관련된 추가 보도 가능성도 열린 가운데, 이상호 기자에 대해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이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이날 법원의 판결이 2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

법원 "'X파일' 내용 부득이 보도"

재판부는 이날 'X파일'의 대화 당사자 및 대화에 언급된 인물들에 대해 "국정의 방향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인물들"이라며, 'X파일'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들이 대선자금이나 떡값 등의 제공에 대해 논의하고, 일부 실행했다는 점에 관해 충분히 의심할만한 자료가 있는 이상, 언론보도로 인한 어느 정도의 인격권 침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안기부 X-파일'을 입수·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상호 MBC 기자. ⓒ연합뉴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X파일'을 기초로 한) 문화방송의 보도내용을 종합해 보면 자료에 담겨 있던 내용은 주로 홍석현과 이학수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정국의 기류 변화에 따른 여야후보 진영에 대한 삼성 측의 정치자금 지원 문제와 정치인 및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등의 지원 문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를 통해 삼성그룹 측이 대통령 선거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공권력 행사의 최일선에 있는 검찰조직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들"이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대통령선거는 국가의 최고통치기관을 선출하는 국민의 주권 행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점 △선거과정의 각종 부정 등 형사사건의 독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이 그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해야 하고 순결성이 보장돼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X파일' 내용 공개가 공익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보도 과정에 대해서도 단순히 전문을 게재한 <월간조선>의 경우 유죄를 인정한 반면, MBC에 대해서는 공익에 부합되는 내용을 제외한 단순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점, 실명 공개에 주도적이지 않았던 점, 보도 전에 충분한 법률검토를 실시한 점, 'X파일' 내용에 대한 확인 취재를 시도한 점 등을 인정해 무죄 결정을 내렸다.

이상호 기자 '안기부 X-파일' 추가 공개 여부 주목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형법 및 언론중재법에 보장된 조각사유를 인정해 판결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공익 목적의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상호 기자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X파일' 내용이 추가로 공개될지 주목된다. 이 기자는 ''X파일'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하겠다"고만 대답했다.

이 기자는 다만 "이번 판결로 추가 보도하지 않아야 할 핑계가 사라졌다"고 말해, 추가 취재 및 법률적 검토를 통해 'X파일' 내용을 추가로 폭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음은 재판부의 판결문 중 '위법성 조각사유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부분 전문이다.

(가) 피고인 이상호가 박인회로부터 녹취 보고서나 녹음테이프를 취득할 당시 이 자료들이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녹음된 것이라는 사실에 관하여는 설명을 들어 이 자료들의 불법성에 대하여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은 위 사실 관계에서 이미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자료의 입수 당시에 이미 그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경우에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고, 다만 취득한 정보의 내용이 국가의 안전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대한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보도를 통하여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위 자료들과 이를 기초로 한 문화방송의 보도내용을 종합해 보면 위 자료들에 담겨 있던 내용은 주로 홍석현과 이학수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 정국의 기류 변화에 따른 여야 후보 진영에 대한 삼성 측의 정치자금지원문제와 정치인과 전현직 검찰고위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등의 지원 문제로서, 이를 통하여 삼성그룹 측이 대통령 선거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공권력 행사의 최 일선에 있는 검찰조직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들인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대통령 선거가 공명, 정대하게 치러져야 함이 국가의 통치질서 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점, 이러한 선거과정에서 대통령후보자를 비롯한 정치인과 선거부정사범 및 모든 형사사건의 최종적, 독립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조직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는 수명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하여야 하고 그 직무에 순결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자료에 담겨 있던 정보의 내용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되어 있어 이를 취득한 언론기관이나 언론기관 종사자로서는 그 정보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이를 보도하는 것이 부득이하였다고 보여진다.

(나) 피고인 이상호가 위 안기부 X-파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녹취보고서 및 녹음 테이프를 제공한 박인회에게 100만 원을 건네어 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액수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위와 같은 금전의 제공행위가 위 자료들을 넘겨받는데 대한 대가적 성격을 가졌다고는 보여지지 않고, 위 자료들에 담겨진 내용의 중대성 등에 비춰 볼 때 취재의 관행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사례를 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피고인 이상호 및 문화방송은 위 안기부 X-파일을 취득한 뒤 성문분석, 그 출처에 대한 보강취재 등을 통해 위 자료의 진정성 여부 확인을 위해 언론기관으로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이고, 법률자문을 통하여 공개에 대한 관계 법령의 검토를 하는 등 보도에 신중을 기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방송의 보도 이전에 위 자료들이 문화방송을 제외한 언론매체에도 일부 유출되어 상당수의 언론매체들이 위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문화방송이나 피고인 이상호가 고의적으로 위 자료들을 유출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나 정황을 찾기 어려워, 위와 같은 점만으로 문화방송이나 피고인 이상호의 행위가 언론인으로서의 정당한 책무에 위반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또한 보도를 함에 있어서도 결과적으로 대화 속에 나오는 실명이 공개되는 등 개인의 인격권 침해의 요소가 다소나마 있었고, 보도 내용 중에서도 녹음테이프에 나오는 대화 속의 언급대상을 혼동하여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문화방송이 실명 공개를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매체를 통하여 실명이 먼저 공개되는 바람에 수동적으로 보도행태를 쫓아간 것에 불과한 점, 보도의 오류는 단순한 실수로 보일 뿐 의도적인 왜곡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전체적으로는 문화방송의 보도가 그 수단,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 이상호나 문화방송이 최초 불법적인 자료를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그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불법성에 깊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함이 정당할 것이다. 오히려 위 대화의 당사자 중 일방 당사자는 당시 대기업인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총수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자리에 있었고, 다른 당사자는 중앙일간지의 최고경영자이며, 위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모두 여야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치인거나 전현직 고위 검찰 관계자로서 국정의 방향, 국가조직의 운영, 기본적인 국가정치절서의 전개, 국민의 정치생활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인물들인바, 위 대화의 당사자들이 이러한 공적 인물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정치 자금이나 대선자금, 이른바 떡값 등의 지급문제에 관하여 진지하게 논의하고 이를 일부 실행하였다고 충분히 의심할만한 자료가 있는 이상, 이에 관한 언론보도의 결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어느 정도의 인격권의 침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위의 여러 요소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도는 비록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의 구성요건에는 해당되는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보도의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