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결승골…새해 첫 승전보

축구종가 심장에서 유럽챔피언 그리스 1-0 격파

한국 축구가 '종가' 잉글랜드의 심장 런던에서 통쾌한 새해 첫 승전보를 전했다.

주인공은 이천수였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진출 협상이 결렬된 아쉬움을 씻어내듯 환상의 프리킥으로 유럽 챔피언 그리스의 견고한 골문을 꿰뚫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 A매치에서 후반 33분 터진 이천수의 프리킥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 그리스와 역대 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섰다.

베어벡호는 작년 7월 출범 이후 3승2무2패를 기록했다. 특히 약체 대만을 빼고는 승리를 올리지 못했던 베어벡호는 제3국 중립경기에서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우승팀 그리스를 격파해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59년 만에 런던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경기는 1만여 교민들의 '붉은 함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A매치 부진과 도하아시안게임 노메달로 비틀거렸던 한국 축구가 7월 아시안컵축구 본선을 앞두고 다시 희망을 지피는 한판 승부였다.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고 좌.우 측면에 설기현과 이천수, 중앙에 조재진을 배치한 한국은 미끄러운 잔디에 적응하며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폈다.

초반엔 몸이 무거웠다.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폭을 좁히지 못했고 공격 전개도 매끄럽지 못했다.

전반 4분 그리스의 프리미어리거 기오르고스 사마라스가 한 번에 연결된 볼을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위협했다.

16분 이천수가 첫 슈팅을 때렸지만 골문에서 멀찌감치 벗어났다.

20분부터 그리스의 공세가 재개됐고 유로2004 우승의 영웅인 장신(191㎝) 안겔로스 하리스테아스를 겨냥해 잇따라 크로스가 올라왔다.

27분 수비수 기오르고스 아나톨라키스의 헤딩슛은 김용대가 미리 예측해 선방했다.

분위기 반전은 전반 33분부터.

이영표-박지성의 콤비 플레이로 얻어낸 프리킥을 이천수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직접 꽂았다. 골키퍼 안토니스 니코폴리디스가 가까스로 쳐낸 볼을 이호가 따라붙었지만 무위였다.

전반 36분 파니스 게카스의 슛을 김용대의 선방으로 막아낸 한국은 전반 38분 골대 불운에 울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다섯 차례나 골대를 맞춘 박지성이 오범석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으로 꽂았지만 오른쪽 골 포스트를 스치고 아웃됐다.

이어 전반 44분 이천수가 조재진의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에서 다시 중거리슛을 노려봤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후반 초반 그리스가 힘을 내면서 가공할 공세를 퍼부었고 베어벡호는 심하게 흔들렸다.

후반 5분 교체 멤버 스텔리오스 지안나코풀로스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췄다. 선방을 펼치던 김용대도 꼼짝할 수 없는 실점 위기였다.

11분 또 위기를 맞았다. 길게 크로스가 올라온 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요아니스 아마나티디스의 슛이 골문으로 빨려들어갈 뻔했다. 김용대와 수비수 김치우의 잇단 육탄 방어로 간신히 실점을 막았다.

박지성은 후반 19분 왼발 논스톱슛으로 반격을 폈지만 크로스바를 훌쩍 넘었다.

이영표 대신 김치우, 후반 중반 김남일 대신 김정우를 교체한 베어벡 감독은 후반 30분 조재진을 빼고 김두현을 투입한 뒤 설기현을 측면에서 중앙 공격수로 옮겨 승부수를 띄웠다.

기다리던 결승골은 후반 33분에 터져나왔고 한국 축구 새해 첫 골의 영광은 이천수에게 돌아갔다.

박지성이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어내자 전반 세 차례 중거리 슛을 때렸던 이천수가 키커로 나섰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감아찬 볼은 유도 미사일처럼 예리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199㎝의 교체 골키퍼 코스타스 할키아스가 몸을 던졌다.

하지만 이천수의 오른발에 제대로 걸린 볼은 할키아스의 손끝을 스치고 그리스 골문 왼쪽 상단의 그물을 세차게 흔들었다. 지난 해 6월 2006 독일월드컵축구 토고전 프리킥 골을 연상케 한 작품이었다.

설기현이 다시 공세를 편 한국은 염기훈, 오장은 등을 투입해 실험을 했다. 후반 44분 하리스테아스가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골문을 벗어났고 막판까지 거세게 몰아붙인 그리스가 인저리타임에 골문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베어벡호는 힘겹게 짜릿한 승리를 지켜냈다.

새해 첫 승 베어벡호, 아쉽기만 한 역습과 집중력

베어벡호가 2007년 새해 첫 A매치에서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상대로 승전보를 울렸지만 여전히 한 템포 느린 공격 전개와 집중력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축구대표팀은 7일 오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홈 구장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그리스와 평가전에서 후반 33분 이천수의 멋진 프리킥 한방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지난해 8월 닻을 올린 베어벡호는 그동안 약체 대만을 상대로만 2승을 올렸던 '부끄러운 승리'에서 벗어나 유럽팀을 상대로 승리, 통산전적 3승2무2패를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그리스전에서도 지난해 독일 월드컵축구에서 보여줬던 답답한 공격전개와 집중력의 부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빠른 공격전개 절실

베어벡호는 4-3-3 전술을 바탕으로 조재진(시미즈)를 원톱으로 세우고 좌우 측면에 이천수(울산)와 설기현(레딩)을 배치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맡겼다.

김남일(수원)과 이호(제니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운 뒤 이영표(토트넘), 김진규(전남), 김상식(성남), 오범석(포항)을 포백(4-back)으로 출전시켰다.

독일월드컵 이후 '베스트 11'로 낙점을 찍었던 선수를 대부분 내세운 베어벡 감독은 박지성을 시발점으로 삼아 좌우 측면의 이천수와 설기현이 공격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제공권을 확보한 그리스의 수비벽에 최전방의 조재진이 고립되고, 그리스의 초반 측면 돌파를 막느라 이영표와 오범석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눈에 띄지 않으면서 좌우 날개의 공격력에 힘을 불어넣어 주지 못했다.

또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이어지는 역습은 여전히 한 템포 느리게만 느껴졌다. 한국은 수비진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를 거쳐 좌우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이어지기는 패스의 단계가 많아 효과적인 공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더불어 후방에서 한 번에 이뤄지는 롱패스의 정확도 역시 떨어지면서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하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기만 하다.

△영원한 해결과제…수비조직력과 골결정력

이날 그리스전에서 유독 김용대의 선방이 빛났지만 역으로 따져보면 수비라인의 공격허용이 슈팅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전반 4분 그리스의 '젊은 피' 사마라스의 왼쪽 측면 돌파에 오범석과 김상식이 허물어지면서 슈팅 기회를 내줬다. 또 전반 37분에는 수비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면서 문전 공방 끝에 김용대의 투혼으로 실점기회를 힘겹게 넘겼다.

후반 인저리 타임 때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수비라인이 무너져 비록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프리킥과 코너킥 상황에서도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해 여러 차례 위험한 상황을 맞는 등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본선을 앞두고 수비조직력 재건은 베어벡호의 시급한 해결과제가 됐다.

더불어 김남일과 이호 등 뛰어난 슈팅력을 가진 선수들이 2선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아끼는 등 상대 수비수들이 예측할 수 있는 단순한 공격전술을 펼쳤던 것도 '옥에 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