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송금문제, 盧 '탈출전략' 성공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송금문제, 盧 '탈출전략' 성공할까?

<분석> 당선자ㆍ청와대 힘겨루기에 해법 달려

대북송금 문제, 의혹은 커져가고 해법은 먼 상황이다.

2억불인지 5억불인지, 현대 대북사업 독점권 리베이트인지 정상회담 대가인지, 송금과정을 주도한 것이 정부인지 현대인지 등등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다. 게다가 ‘여권 고위 관계자’를 출처로 한 미확인보도들이 잇따르며 의혹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반면 국회로 공이 넘어간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0일 예정됐던 여야 총무회담이 기약 없이 연기될 정도로 한나라-민주 양당의 인식차이는 현격하다. “특검제를 하자”와 “국회 비공개증언으로 풀자”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이 사이에서 노 당선자측은 연일 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이 국회에서 국민적 의혹을 풀 수 있도록 진상을 밝혀야 하며, 부족할 경우 특검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실정법 위반이 있을 경우 성역 없는 사법처리도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밝힌 “초법적 행위이므로 진상공개는 바람직하지 않고, 법적 대응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정권교체기, 아니 어쩌면 노무현 정부 초기 최대 정치쟁점이 될 대북송금 문제, 그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가?

***한나라당 ‘확대전략’ㆍ청와대 ‘버티기전략’, 타협 어려워**

한나라당과 청와대 측의 공식입장에 깔린 정치적 배경은 해석이 어렵지 않다.

한나라당은 국민적 의혹을 근거로 이 문제를 최대한 확대.증폭시켜 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 최대 치적을 폄하하고, 새 정부 초기 집권 프리미엄을 깍아내려 내년 총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이다.

한나라당의 구상대로 2월중 특검법안을 통과시키게 되면 3월에 노무현 새 대통령에 의해 특별검사가 임명된다. 그리고 한나라당 법안대로라면 1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90일간 수사가 진행된다. 또한 추가로 최장 9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 정부 집권 초반 박지원, 임동원 등등 DJ 정부 최대 실세들이 줄줄이 특검에 불려가는 ‘빅 이벤트’를 연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수사결과 기소와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그 기간은 더더욱 길어질 수 있다.

아울러 한나라당이 특검과 별도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추진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 역시 사태의 증폭을 노린 구체적 방법론의 하나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북핵문제도 얽혀들어 남북한, 북미간 관계가 복잡한 양상이다. 따라서 대북송금 문제를 집요하게 몰고 갈 수만 있다면 노무현 정부의 첫 1년은 북한변수, 미국변수에 휘둘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고,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한나라당이 공세적으로 장악해 갈 수 있다는 전략이다.

반면 청와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상공개 불가, 사법처리 불가’론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그 근거다. 또한 초법적 행동이 있었지만 그것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훨씬 크다는 논리도 동원된다.

그러나 청와대 측의 버티기전략의 근본 배경에는 정권을 이양하는 마당에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따라서 ‘국회 비공개 증언’을 카드로 야당과의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선 ‘여권 고위관계자’를 통해 일부 진상을 언론에 흘려 국민의 의혹이 다소나마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한 노 당선자 측에 대해서도 대북송금 문제에 함께 버텨 주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이슈들로 정국 주도력을 발휘해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청와대, 이 둘 사이의 정치적 타협은 원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가능한 한 문제를 증폭시켜 가려는 쪽과 매를 맞으면서도 시간을 끌면서 이슈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쪽 사이에 접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盧 당선자 측의 ‘조속한 탈출전략’**

이 두 입장 사이에 노 당선자 측이 놓여 있다. 그리고 당선자 측의 입장은 한마디로 ‘조속한 탈출전략’이라 부를 수 있다.

한나라당의 의도대로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집권 1년차를 허송해 버리는 것은 당선자 측으로선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다.

따라서 당선자 측의 목적은 ‘가능한 한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 새 정부의 국정개혁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개혁의 성과를 바탕삼아 내년 총선 승리를 이뤄내야만 나머지 4년의 집권기반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국민적 의혹이 풀릴만한 진상이 나와야 하며, 둘째 야당이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만큼 깨끗한 사후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결국 대북송금 문제에 직접 책임이 있는 현 정권 실세들 중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사안을 매듭지어 줘야 하는 것이다.

최근 김원기 고문, 문희상 실장, 유인태 수석 등이 연일 현 정부를 상대로 압박전술을 펴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또한 김상현 고문이 “대통령이 밝히고 사과하라”며 DJ를 직접 겨냥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와의 차별화, 북핵문제로 꼬인 한반도정세 동시 고려**

또한 당선자 측은 여기에 몇 가지 정치적 고려를 덧붙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의혹의 수준이 이미 무마시키기엔 어려운 단계인 만큼 방패막이로 나서다간 현 정부와 함께 궁지에 몰릴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 오히려 적극적인 차별화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무기로 내년 총선에서 또 한번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 마당에 현 정부의 비밀송금 문제에 방패막이 노릇을 하다간 ‘개혁’의 시작도 못할 우려가 크다. 오히려 대북송금 문제는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진상을 밝힐 경우 남북관계에 다소간 차질이 예상되지만, 어차피 북핵문제로 꼬여 있는 한반도정세, 한미관계 등의 추이를 볼 때 집권 1년차 남북관계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개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새 정부의 몫은 크지 않다. 따라서 남북문제에만 매몰되어 대북송금 의혹에 계속 끌려 갈 경우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만 많을 것이란 계산법이다.

오히려 남북문제를 벗어나 정치개혁, 경제개혁으로 국정 아젠다를 조속히 이동시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북송금의 문제는 문제대로 처리한다. 남북교류는 교류대로 지속 확대시킨다. 북핵문제 해결은 한미공조의 틀 안에서 해결해 간다. 이러한 다차원적 원칙 아래 한반도 관련 쟁점을 정리하고, 새 정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 국정개혁의 비중을 대폭 확대시켜 가고자 하는 전략인 것이다.

***구권력과 신권력의 힘겨루기 승부에 해법 달려**

이러한 전략적 고려에서 당선자 측은 청와대를 압박하며 송금문제로부터의 조기탈출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측 역시 생존이 걸린 문제라 호락호락 당선자 측 압박에 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은 구여권과 신여권 사이의 분란을 느긋이 지켜보면서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늦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꼬이고 의혹은 커져가며 해법은 찾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당선자 측의 조기 탈출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이 문제의 해법은 일차적으로 당선자 측과 청와대 측 사이의 힘겨루기 승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측의 탈출전략이 성공하려면 현 청와대 측, 그러니까 구권력의 일정 부분이 분명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명실상부한 권력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서 신권력이 얼마만큼 강력하게 집권 1년 정국주도력을 장악해 갈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