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한국영화감독협회(이사장 정인엽)가 성명을 내고 스크린쿼터문화연대와 결별할 것을 선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감독협회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영화계 내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운동이 한미 FTA와 연계하면서 새로운 투쟁 단계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한국영화감독협회의 이번 발표는 영화계 원로급 보수인사들이 '스크린쿼터 운동이 정치·이념 투쟁화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는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감독협회는 앞으로 스크린쿼터 축소저지투쟁을 독자적으로 펼쳐나가되 국내에서 가장 큰 영화인단체 가운데 하나인 영화인협회와 보조를 맞춰 나갈 뜻을 밝히고 있어 추후 사태 전개과정에 따라 파문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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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선결조건으로 내걸린 한미FTA 반대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스크린쿼터, 정치색 지워야" 한국감독협회 정인엽 이사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운동이 최근 들어 한미 FTA 반대운동으로 확대, 변질되고 있다. 순수한 영화인의 투쟁이 아닌 정치와 이념 투쟁으로 변해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미 FTA 협상 문제가 끝나면 그럼 스크린쿼터 문제도 같이 끝낼 것이냐"고 반문하며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이번 정권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에라도 살려내야 하는데 한미 FTA와 묶이면 오히려 부활의 명분만 없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에서 그는 "정치색이 너무 강해져버린 스크린쿼터문화연대와는 입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감독협회의 이 같은 결정은 영화인협회(이사장 신우철)의 의견과 같다는 것. 정 이사장은 "20여 일 전 감독, 기술, 배우,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 총 8개 분과를 두고 있는 영화인협회 총회를 통해 정치적으로 변하고 있는 스크린쿼터 운동에 반대한다는 뜻을 모았지만, 영화인협회가 성명을 발표하지 않아 감독협회가 먼저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또 "정권은 항상 스크린쿼터를 미끼 삼아 영화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정권과 관계없이 스크린쿼터를 보호하려면 영화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감독협회는 스크린쿼터문화연대와의 결별과 함께 영화진흥위원회의 해산도 주장하고 했다.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영화 진흥은커녕 일부 세력의 이익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한국감독협회는 영화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힘쓰는 것과 함께 영화진흥위원회 해산을 위해 "영화인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영화인협회의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유현목 감독을 비롯한 원로감독으로부터 젊은 감독에 이르기까지 전체 영화인들이 앞장서 싸우는 스크린쿼터 지지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 "정치운동 멈추는 순간, 스크린쿼터도 죽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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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스크린쿼터대책위 위원장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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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독협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정지영 스크린쿼터 대책위 위원장은 "몇몇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일 뿐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운동이 너무 정치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인엽 이사장측 지적에 대해 정지영 위원장은 "스크린쿼터는 이미 영화를 넘어선 정치 문제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4대 선결 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내놓았다고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우리의 투쟁은 정치 투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FTA 반대자들이 정부가 협상 개시 전에 스크린쿼터 축소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수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반대론자들이) 이를 '선결조건'으로 해석한다면 대통령 결정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해 4대 선결조건의 실재를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정지영 위원장이 한국감독협회의 입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은 이 입장이 영화인들 대부분의 뜻이 아니라 일부의 의견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한국감독협회 측은 "영화인협회의 총회를 통과한 것은 대다수 영화인들도 같은 생각"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총회는 회장단과 이사회 몇몇의 결정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총회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스크린쿼터 대책위의 입장이다. 정지영 위원장은 "한미 FTA와 스크린쿼터의 연관관계를 잘 모르는 몇몇의 판단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들은 스크린쿼터 회복 투쟁을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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