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것은 19일 오후 3시 50분께였다. 건물 지하의 노래방에서 시작된 불길은 삽시간에 계단을 타고 윗층으로 번져나갔다. 불이 나자 1층 식당의 손님들과 2층 사무실의 직원들은 건물현관 등을 통해 모두 대피했고, 소방차가 출동해 30분만에 불길을 진압했다. 하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3~4층 고시원에 있던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다닥다닥 쪽방에 좁은 통로…비상 탈출구도 없어
보통 고시원은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받기 위해 방은 최대한 많게, 복도 등의 통로를 최대한 좁게 설치하기 때문에 비상시 대피가 쉽지 않다. 이번에 화재가 난 고시원도 1.5평짜리 방이 3층에 34개, 4층에 36개나 있었음에도 복도의 폭은 70㎝ 정도에 불과했다. 어른 2명이 나란히 지나가기도 힘든 너비였다. 게다가 화재가 비상계단을 타고 번져나갔지만, 화재 대피용 비상구는 복도 끝 창문 하나뿐이었다.
'내장재'도 피해를 크게 만든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고시원은 방을 나눌 때 콘크리트 벽이 아닌 경량 칸막이 자재를 주로 쓴다. 이번에 불이 난 고시원의 칸막이도 마찬가지였다. 소방당국은 방염 처리가 안 된 칸막이와 바닥의 비닐장판이 타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망자들 대부분이 질식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시간에 고시원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각 방 안에 있었던 것도 피해가 컸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고시원은 대학가나 신림동 등의 고시촌뿐만 아니라, 유흥업소 밀집지역, 역세권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잠만 자는 싼 방'을 원하는 사람들의 주거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시설 강화한 개정법 시행 연기로 고시원 참사 되풀이
이러한 고시원 화재 참사가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 소방당국도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찜질방, PC방 등 100명 이상이 이용하는 업소는 유도등과 소화기 등 소방시설과 방화시설, 방열물품을 반드시 구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감재는 70% 이상이 불연재여야 한다. 고시원도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소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소방·방재 시설 설치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고, 지난 5월 시행 예정이던 개정안은 2007년 5월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더 두게 됐다.
이번에 불이 난 고시원도 지난해 11월 소방점검을 받아 비상계단 미설치, 방염 내장재 미설치 등을 지적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소방서 측은 고시원에 소방시설의 설치를 권고했으나, 권고만으로 끝내고 사후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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