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 상인은 수해를 입은 양평동 일대의 아파트 주민, 다른 상가 입주자, 공장 관리자 등과도 함께 행동하기로 해, 집단소송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끄떡없던 제방, 우리가 삽으로 팠겠냐"
이날 오전 대책위 결성을 위해 모인 상가 입주민들은 격앙돼 있었다. H아파트 상가의 명모 씨는 "수십 년간 아무런 이상이 없던 제방이 이번 비에 무너진 것이 누구 책임 때문인지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며 "주민들이 가서 삽으로 제방을 팠겠느냐. 지하철 공사 한다고 뚫어 놓고 나서 제대로 쌓지 않아 그런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상가 대책위원회를 참관하던 김 모 씨(상가 앞에서 소규모 철제 프레임 공장 운영)도 한숨을 내쉬고는 "여기서 30년이 넘게 공장을 했지만 그동안 수해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물에 기계가 잠기고 자재들에 녹이 슬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수해복구 지원을 나온 삼성그룹 사회봉사단 관계자가 참석해 "한전과 협조해 오늘부터 임시전기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리고 비용은 전부 봉사단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밝혀, 당장 전기가 절박하게 필요한 주민들을 안도하게 했다.
하지만 일부 입주민은 "사회봉사 차원에서 나왔다지만 삼성건설이 제방을 망가뜨렸으니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삼성건설에 항의전화를 하니 '할말 없다. 사고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만 답변한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삼성건설은 문제의 지하철 9호선 안양천 제방 구간의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 중 하나다.
상가 입주민들은 앞으로 손해사정회사의 감정평가사들을 통해 영업지연 보상금, 물품 보상금 등을 받아내기 위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피해액 집계를 하고, 그 결과를 소송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제방붕괴 원인, 건설사 과실 규명 여부가 소송 승패 관건
집단소송의 향방은 지하철 공사 구간에서 제방을 허물었다가 다시 쌓는 과정에서 건설사 측의 과실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객관적인 전문기관에 조사를 맡겨 제방붕괴의 원인을 밝혀낸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경찰이나 검찰이 건설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공사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양평동 일대에서는 수해복구 작업이 계속됐다. 상가 입주민들과 저지대 주택 주민, 공장 직원들은 물에 젖은 가재도구와 사무용품, 집기 등을 모두 밖으로 꺼내어 버리든가 오물을 닦아냈고,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수리 일을 할 자원봉사단을 파견했다.
이날 오후 현재 한전과 도시가스 측은 전력과 도시가스 공급선을 안전하게 다시 연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골목 곳곳에서는 하수구에 쌓인 토사를 퍼내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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