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시민단체 간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노 당선자는 6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시민운동의 축적이 없었더라면 저의 당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파격적 형식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 직접 참석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며, 자신의 당선을 '시민운동의 축적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시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날 '애정어린 비판'을 주문한 노 당선자에 대해 시민단체는 '집권세력에 대한 엄격함'을 강조하는 등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민단체 신년하례회 참석, 시민운동에 극도의 찬사**
노 당선자는 이날 "89년 2월 `시민운동하러 간다'고 의원직 사표를 썼던 적이 있고 93년 만든 지방자치연구소를 시민사회연구소로 개편하려 했다"고 말문을 열어 시민운동과 자신과의 동질성을 강조했다. 또한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이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이라며 `시민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또 "그간 시민이 정치를 따라가는 것인지, 정치가 시민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것인지 헷갈렸는데 대선때 70억원 이상의 국민성금 및 돼지저금통 후원 등을 보면서 시민 수준만큼 정치수준을 끌어올리는게 내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에 대한 극도의 찬사다. '국민의 힘'으로 기존 정치권의 권력질서를 깨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 당선자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표현일 것이다.
실제 노 당선자는 김병준(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이은영(참여연대 운영위원) 김대환(참여연대 운영위원) 정태인(신자유주의 극복 대안정책전문가연대회의) 허성관(부산경실련 납세자운동본부장) 김영대(민주노총 부위원장)씨 등 시민단체 출신들을 다수 인수위원으로 선임했다.
또 국정과제 선정과 관련, 인수위에 현안별로 시민단체 등 이해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반영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인수위원들의 의견수렴 작업이 한창이다.
***盧 '부탁'에 박원순 정중한 '거절'**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부 사이 앞날의 관계에 대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미묘한 표현들이 구사되기 시작했다.
노 당선자는 "김대중정부 시대를 돌이켜 볼 때 너무 인색했던 것 같다. 중요한 문제들을 처리한 게 많은데, 나중에 고칠 수 있는 작은 문제점들만 가지고 너무 비판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나 또한 많은 실수와 과오가 있을 것이어서 5년뒤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놨다.
곧이어 "시민사회도 때로는 형식적 균형주의에 맞춰 독깬 사람도 꿀밤 한대, 접시깬 사람도 꿀밤 한대 식이었는데 그럴 때는 좀 섭섭하더라"고 말하고 "가끔 언론에 속상한 기사들이 나오면 `이 친구 믿었는데...'할테지만 100점 짜리는 없는 만큼 60-70점 정도는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작은 잘못들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봐달라는 노골적인 '부탁'인 셈이다.
그러자 이날 사회를 맡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는 "시민단체는 권력을 가진 집권세력에 대해 보다 엄격하기 마련"이라고 받아넘겼다. '부탁'에 대한 정중한 '거절'이다.
또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5년 뒤에도 박수를 받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당부했으며, 지하은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는 "패거리 정치같은 말이 신문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DJ 정부 출범 이후 야당에서는 "시민단체가 정권 홍위병 아니냐"는 비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대정부 비판기능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내부 문제제기로 극심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대선에서 '철저 중립'을 다짐하며 정책비교, 선거자금 실사 활동에 주력했다. 그러나 '노무현 당선'을 내심 반기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대다수라는 점은 시민단체들 역시 굳이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앞으로 또 다시 '홍위병'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또 다시 진통이 빚어질 수 있다. 이날 노 당선자와 시민단체의 첫 만남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밀월'과 '견제' 사이, 노 당선자도 시민단체도 앞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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