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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發 쿠데타' 애드벌룬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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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發 쿠데타' 애드벌룬 떴다

<분석> 이규택 내각제 발언의 무서운 음모

내각제 개헌론이 정가를 떠돌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땐가. 대통령선거 끝난 지 보름. 당선자가 취임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난데없이 내각제 개헌이라? 뭔가 이상하다.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의 내각제 발언 파문,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의미를 명확히 강조하기 위해 좀 살벌한 단어를 사용해 보자.

여기엔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새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에 쿠데타 모의가 시작된 셈이다.

국회내 다수권력을 장악한 쪽이 대통령 자리를 놓쳤다. 그러니 개헌을 해서 대통령의 권력을 빼앗아 보자는 음모다.

군이 아닌 국회의원들에 의한 쿠데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고 새 대통령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부 언론계가 동조하는 쿠데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노 당선자 취임 초기의 사회적 불안상황을 역이용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보려는 의회발(發) 쿠데타의 애드벌룬이 띄워진 것이다.

***이규택 발언에 자민련 '환영', 한나라당 미묘한 반응**

사태 추이는 간단하다.

3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 총무는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권력구조와 원내정치 구현, 지역화합을 위해 다음 2월 임시국회에서 내각제 문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제안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개헌 추진 일정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임시국회에서 내각제 개헌문제를 공론화한 뒤 내년 17대 총선때 내각제 개헌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 국민이 찬성할 경우 곧바로 개헌을 하면 될 것"이란 얘기다. 현 대통령 임기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리곤 곧바로 "그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발을 뺐다. 박종희 대변인도 당론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우선 내각제 '원조당'인 자민련이 즉각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섰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우리 당이 고군분투해오던 내각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논평을 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노 당선자도 이미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공약했고, 한나라당에서도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한 만큼 개헌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에서도 반응이 다양하다. 최병렬 의원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사석에서 내각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대통령선거가 거의 50대50으로 끝났는데도 이긴 쪽이 100% 권력을 독점하는 시스템에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달 26일 천안연수원 비공개회의석상에서도 박종근, 박승국 의원 등이 내각제 문제를 제기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다들 한발씩 내지 반발씩은 뺀다. 최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노 당선자가 말한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총장도 "시기적으로 대선 직후여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내각제 개헌론 쟁점으로 부각**

이것이 '애드벌룬 띄우기'다.

이규택 총무는 현재 151석이란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의 원내 사령탑이다. 아무리 개인의견이라 할지라도 왜 그가 이런 시기에 그런 발언을 했는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개인의견일 뿐'이라며 아무리 발을 빼도 자민련이 가만히 있지 않고, 한나라당 다른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또 일부 언론은 사실보도인 척하면서 적극적으로 공론화를 시도한다. 4일자 조선일보는 이 총무의 발언과 한나라당의 반응을 소개한 다음, 민주당 구주류인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 총무 등도 대선 기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했다고 썼다. 민주당 측도 이 논의에 끌어들인 것이다.

또 "노 당선자도 '내각제냐 분권형 대통령제냐에 대한 선입견은 없으며 국민이 원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양당에서 개헌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라는 상황진단을 내놨다.

이규택 총무의 애초 발언, 즉 "내년 17대 총선때 내각제 개헌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 국민이 찬성할 경우 곧바로 개헌을 하자"는 발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아예 정치권의 본격적인 아젠다로 삼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은 이 총무의 발언에 대해 "정권교체가 유력했던 입장에서 5년을 더 기다리자니 답답한 심정에서 내각제를 거론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이 총무는 답답해서 내각제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그저 답답해서 속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각제 개헌론을 입 밖에 내고, 구체적인 추진일정과 방법까지 거론했다는 것은 '뭔가 해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상황타진이다.

그래서 '애드벌룬 띄우기'라는 말이다.

***국회 다수는 분명 내각제 선호**

내각제는 의회가 권력의 중심이다. 다수당이 전권을 갖는다. 소수당일지라도, 또 의원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대통령제 시절보다는 훨씬 강력한 권력을 지니게 된다. 장관자리도 한층 가까워지고,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도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를 좋아하게 되어 있다. 다만 의원 가운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 그 사람의 측근, 이렇게 구성된 강력한 권력이 존재할 때 이들은 내각제를 절대 반대한다. 그동안 3김정치 시대에 내각제가 되지 못한 핵심 이유다.

또 87년 이후 스스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JP가 3당합당 때부터 줄곳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원내 다수 의석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당선시키지 못했다. 이회창씨는 정계를 은퇴했고, 아직은 복귀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복귀한다 하더라도 DJ의 정계복귀 같은 강력한 권력을 다시 갖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포스트노(盧)를 노리는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도 없다.

민주당 쪽 역시 노 당선자의 핵심부대는 수적으로 소수다. 다수 의원들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것보다는 분명 사정이 낫겠지만) 지금까지 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자민련은 내각제 얘기가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당이다.

현재 우리 헌법상 개헌은 국회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잘만하면 2/3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 구주류 모두가 내각제 개헌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 가운데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이건, 국가적 소명의식 때문이건 반대할 의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각 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내각제 개헌론에 동조할 개연성이 높은 의원들이 거의 2/3에 육박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개헌론, 성사 안돼도 盧 정국주도력에 흠집효과 커**

이들의 구체적인 속내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 단지 애드벌룬이 띄워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 애드벌룬이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무섭다. 아직 새 대통령이 취임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권력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그 권력을 빼앗아 오자는 구상이 공개적으로 나온 것이다.

만약 실제로 한나라당이 개헌론을 본격 개진하기 시작한다면, 그래서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화한다면, 또 민주당 일부라도 이에 동조한다면, 그래서 각 당에 현재 구성되어 있는 개혁특위에서 개헌문제가 최대 쟁점이 된다면, 또 그래서 정말 4월 총선이 이 문제를 중심으로 치러지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그 자체가 노 당선자의 새 권력기반 형성, 새로운 국정개혁, 특히 강조하고 있는 정치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결과적으로 개헌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이 문제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노 당선자의 힘을 빼는 것이다.

이규택 총무 발언의 진짜 노림수는 바로 이런 것이다.

'애드벌룬 띄우기'를 통해 일단 논의를 던져 놓고, 진짜 그렇게 진척되면 좋고, 잘 안되더라도 노 당선자의 정국 주도력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몸부림이 정도를 벗어났다. 발가벗은 권력에의 탐욕이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노 당선자로의 권력이동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 보겠다는 것이다.

또 혹시라도 노 당선자 취임 초기 한두 가지 국정혼선이라도 빚어질 경우, 이를 기화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해 본격적인 '노 대통령 흔들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취임도 하기 전인데... 참으로 살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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