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가 법정에서 진술한, 현대차로부터 받은 총 로비자금은 41억6000여만 원. 이 중 6억 원은 김 씨가 "내가 썼다"고 밝혔고, 나머지 35억6000여만 원은 금융기관과 유관기관에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 중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이성근 전 산업은행 투자본부장, 하재욱 전 산업은행 주무팀장 등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16억2000만 원,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2억 원,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과 이정훈 전 캠코 자금부장에게 1억 원,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에게 1억 원이 전해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즉 35억6000여만 원 중, 20억2000만 원의 행방이 혐의 사실로 밝혀졌으나 아직 무려 14억4000여만 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액수를 고려했을 때 3~8명은 더 검찰에 체포돼 올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이미 김 씨의 '로비 내역'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첫 공판에서 자신의 로비자금 규모를 밝히자 재판장은 "돈이 누구에게 갔느냐?"고 질문했으나, 검찰 측은 즉시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보안유지가 요구된다"며 김 씨의 진술을 막았다. 검찰이 이미 김 씨로부터 금품에 제공된 인사들의 면면에 대한 자백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 인맥이 두터운 김 씨가 검찰 수사 초기에는 진술을 거부했으나, 얼마 전부터 태도를 바꿔 로비 내역을 상세하게 자백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번 기각돼 다시 영장을 청구해야 했던 검찰이, 그 뒤로는 단번에 구속영장을 통과시키기 위해 김 씨의 진술 외의 객관적 증거 수집 등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 진행 속도가 다소 느린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검찰이 변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부채탕감 등의 청탁을 받고 한빛은행(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에 전화를 걸었다"고 밝힌 부분은 검찰의 수사가 현대차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일반 시중 은행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검찰의 앞 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뇌물 수수 방식을 감안할 때 객관적 증거를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구속된 피의자 대부분이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 수사에 론스타 수사까지 본격화돼 갈 길이 바쁜 대검 중수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