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문화를 탐구하는 연구자들의 모임 사이버문화연구소(소장 민경배)는 올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광화문 촛불시위' '인터넷 대선열풍' 등 '2002년 사이버세상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사이버문화연구소가 선정한 10대 뉴스의 특징은 올해 네티즌들의 논쟁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주제들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첫째는 1위를 차지한 '광화문 촛불시위'와 2위 '인터넷 대선열풍' 등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프라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온라인의 정치성을 획득한 움직임이다.
둘째는 5위 '프리첼 유료화', 7위 '다음 우표제' 같은 대형 인터넷 업체들의 상업화 움직임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과 안정적인 정착문제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셋째는 3위 '소리바다 논쟁' 등 디지털컨텐츠의 저작권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건들이다.
***"2002년은 네티즌들이 실제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해"**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은 "2002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별하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사이버속 이슈가 바로 현실에 반영됐다"며 "과거 인쇄매체와 방송에 의존했던 언로가 이제는 인터넷으로 통합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네티즌의 제안이 현실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힘을 가지게 됐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상업화나 익명성에 안주하는 모습보다는 더욱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찰된 모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즉 "한마디로 2002년은 (사이버세상에만 머물러 있던) 네티즌들이 실제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해"라는 평가다.
다음은 사이버문화연구소가 선정한 2002년 사이버세상 10대 뉴스.
***1위 광화문 촛불시위를 일으킨 반미열풍(11월)**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던 네티즌들의 행동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본격적인 사회운동. 올해 초 오노 사건 때는 네티즌들의 감정이 온라인 시위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으나 월드컵 때 거리축제를 경험한 이후 반미열풍은 급속하게 현실속의 사회운동으로 변모했다.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귓속말의 영향력을 일깨운 메신저의 힘과, 여전히 강력한 게시판 '펌' 문화를 들 수 있다.
***2위 인터넷에 몰아친 대선열풍(12월)**
인쇄매체와 TV에 의해 주도되던 선거가 인터넷이 주도권을 잡은 최초의 선거. 거리는 한산하였으나 올 한해 인터넷은 네티즌들의 목소리로 뜨거웠다. 네티즌은 모두 논객이 됐고 각종 정치인 팬클럽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정치를 일상화해내기도 했다. 인터넷 대중 심판관들을 통한 정치인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라져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현상은 정치인을 위한 모금이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3위 소리바다 폐쇄 논란(7월)**
미국에 '냅스터'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소리바다'가 존재한다. 개인간(P2P) MP3파일 교환서비스인 '소리바다의 폐쇄결정'은 본격적인 온라인의 정체성을 가릴 수 있으며 향후 벌어질 모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갈등을 치유할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언론에는 단순한 논쟁으로 스쳐 지나가 아쉬움이 남았다. 특이한 점은 바로 '소리바다2'가 새롭게 등장해 우리나라 기술력을 다시금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4위 전기통신사업법 53조 16조 위헌 판결(6월)**
인터넷의 보안법이라 불리던 전기통신사업법 위헌판결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온 통신단체들의 공로를 네티즌들은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인터넷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통제의 바다이다.
***5위 프리첼 유료화(10월)**
국내 최고의 커뮤니티 모임인 프리첼이 유료화하면서 80%가 넘는 프리첼 속 커뮤니티들이 붕괴위기에 처했다. 공공재 성격인 인터넷이 가능케 한 커뮤니티가 돈벌이가 돼야 하느냐는 반발에 부딪쳤고, 3년간 쌓아온 각종 커뮤니티의 자료가 허공에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벤처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먼저 매를 맞았다는 칭찬도 있다.
***6위 '아햏햏'과 사이버 폐인(7월)**
일본에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히키코모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사이버 폐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천양지차로 다르다. '히키코모리'들은 콘솔게임 같은 기계와 대화를 하나 국내 네티즌들은 끊임없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심지어 정치화해 나간다는 것. '번개모임'은 결국 이들을 폐인에서 구출하고 있는 셈이다.
***7위 다음 온라인 우표제(11월)**
스팸메일의 범람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와 상업주의라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스팸메일은 줄었으니 성공적이었다고 긍정하는 측도 있다.
***8위 리니지 등급제 논란(5월)**
온라인 게임은 청소년들의 주류문화로서 단지 문화가 아닌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엄청난 폭력성과 중독성이라는 딱지를 붙인 리니지는 이제 청소년에게 금지해야 하는가. 나아가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다가오는 사이트 등급제와 맞물리며 이제 '나이'라는 장벽이 온라인 앞에 놓여있다.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이 보이는 나쁜 매체와 청소년 보호라는 닭과 계란의 싸움이 계속됐다.
***9위 온라인에 기반한 정당, 개혁국민정당 탄생(8월)**
유시민이 팔을 걷자 네티즌들이 흥분하고 나섰다. 실험의 결과는 항상 궁금했고 결과는 네티즌 자신들도 믿기 어려웠다.
***10위 전자정부 본격 가동(11월)**
'전자정부'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선진 서비스로 초고속통신 가입가구 1천만 시대가 앞당긴 또 하나의 걸작이다. 차기정부는 전자정부의 발전을 책임질 의무까지 떠안았다.
사이버문화연구소는 이밖에도 기타의견으로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몰락, PC통신 넷츠고 폐쇄, 경북대학교 미술강사 파문, 이화여대총학생회 게시판공격, 사이버대학 커닝사건, 월드컵열풍, 초고속인터넷가입 천만돌파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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