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법사위에 '강제 징집' 된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 중 이상경, 이상민 두 의원의 의욕적인 첫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상경 의원은 한미 FTA의 졸속 추진을 우려하며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 통제권에 대한 법해석 논쟁을 벌였고, 이상민 의원은 법무부가 추진 중인 사후적 기업규제 방안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경 "얼굴 없는 관료가 국회 권한 대신"
이 의원은 국회의 조약 및 비준 동의권을 규정한 헌법 60조 1항에 대한 '좁은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를 잘못 해석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 스스로의 권한과 의무를 방기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문제처럼 정부가 외국과 조약을 체결하고 국회가 이를 사후적으로 비준하는 권한으로 해석한다면 체결 과정에 대해선 국회의 통제가 전혀 미칠 수 없다는 게 이 의원 주장의 요지.
그는 "한미 FTA는 국민 다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조약임에도 국회의 충분한 심의와 실질적인 민주적 통제가 생략된 채 단순히 (행정부가 체결한 조약에 대한) 찬반 의사표시만 해야 한다면 헌법 60조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럼에도 행정부가 체결 과정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국회에는 찬반 여부로 비준을 동의해달라고 하면 얼굴 없는 관료가 국회의 고유 권한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대의민주주의의 심각한 결핍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더욱이 우리 정부는 한미 FTA를 매우 광범위한 포괄적인 수준으로 추진하고 있고 또한 동시다발적 추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사실상 국회가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가 FTA 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회 FTA상설특위'를 설치하고 통상절차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취지에 공감한다. 헌법상 조약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이 국회에 있는 것이 당연하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미 FTA 같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사안에 대해 행정부가 국회의 지도를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수긍했다.
천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도 어제 FTA 문제는 국회에서 주도해서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한 만큼 이 점을 감안해서 한미 FTA 준비 및 체결 과정에서 국회의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사후 규제 불충분한데 출총제 없애자고?"
한편 이상민 의원은 재계와 경제부처 관료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기업규제에 대한 강도 높은 처방을 천 장관에게 촉구했다.
이 의원은 "재계는 사후적 책임추궁은 철저히 할 테니까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사전 규제는 폐지하라고 한다"며 "그러나 사후적 책임추궁제도가 적실성에서 부실해 사전적 규제인 출총제는 연말에 만료돼선 안된다.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사후적 규제인 상법 개정시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적용 범위가 상법상 모자관계(50% 이상의 지분소유 관계)로 규정돼 있어 모회사에서 자회사, 손자회사까지 순환출자는 규제가 안된다"며 "삼성생명, SK C&C 등은 법무부 개정시안대로 하면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이들 회사들은 50% 이상 지분의 모회사가 없다.
이중대표소송은 자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을 경우, 모회사나 지배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집단소송제를 준용해 추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그러나 모자회사 관계의 기준인 '지분율 50% 초과'를 명시해 재벌그룹의 핵심 비상장회사들은 대부분 해당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이어 "사회 저항세력을 물리치고 기업구조 개선 의지를 관철시켜달라"고 천 장관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천 장관은 "현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며 "공정거래법 등 사전적 규제가 완화되면 회사법에 의한 사후적 규제는 강화돼야 한다"며 "잘못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의 문제는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부당한 것과는 다른 차원인 만큼 회사법을 전향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회의 뒤 이상민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과기정통위를 가고 싶었는데 법사위에 '발령'이 나서 실망스러웠지만, 현안들을 보니 사법개혁안부터 만만치가 않아 오히려 의욕이 난다"며 "(재경위에서 넘어온) 금산법 등 계류 법안도 어차피 법사위에서 다루게 된 만큼 그냥 넘기지는 않겠다. 그럴수록 경제관료들은 피곤해 질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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