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득점 노리는 아드보호의 스페셜리스트
득점 루트 다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정교한 프리킥, 코너킥 등의 세트 피스다. 특히 상대에게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는 세트 피스에 이어지는 득점이 '묘약'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는 이천수. 이천수는 K리그 경기를 통해 골키퍼의 손이 미치지 않는 구석으로 정확하게 공을 꽂는 능력을 과시해 왔다. 22일 대표팀 단체 기자회견에서도 이천수 프리킥에 대한 칭찬이 터져 나왔다. 김남일은 "이천수는 프리킥의 절반 이상을 성공시킨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천수 외에도 박주영, 이을용 등은 프리킥 전담 키커로서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직접 프리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헤딩골이 필요하다. 대표팀의 원톱인 조재진과 중앙 수비수 최진철 등은 머리로 하는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 선수다. 일본 J리그에서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했던 조재진은 포스트 플레이에 적합한 선수. 자신이 헤딩골도 넣을 수 있지만 적절한 위치에 공을 떨어뜨려 줄 수도 있다. '튀르크 전사' 이을용은 "코너킥 상황에서 조재진은 헤딩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팀 동료 정경호도 "조재진은 제공권 다툼에 능하다"며 조재진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물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결정적 헤딩골을 넣었던 안정환도 빼놓을 수는 없다.
박지성, 김두현은 대표팀 '중원의 킬러'
그런가 하면 미드필더의 2선 침투나 윙 포워드를 통한 득점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 빈 공간을 헤집고 다니는 박지성은 주로 동료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때로는 자신이 직접 슛을 쏘며 득점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경험했던 순간적인 돌파와 과감한 슈팅은 박지성의 최대 무기다.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치는 김두현도 중거리 슛에 일가견이 있다.
윙 포워드들의 득점을 기대하는 축구 전문가들도 많다.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장할 가능성이 큰 설기현은 "측면에서 뛰다가 순간적으로 가운데로 파고들어 수비진을 교란시키겠다"고 밝혔다. 중앙 공격수와의 끊임없는 위치 변화를 통해 득점 기회를 노리겠다는 뜻. 골 감각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박주영도 설기현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김두현과 김영철은 문전에서 침착한 슛을 구사하는 박주영을 대표팀의 해결사로 지목했다.
'멋진 골'보다 '쉬운 골' 놓치지 말아야
아드보카트호의 든든한 수비수 이영표는 "독일 월드컵에서 첫 골을 누가 넣을 것 같냐"는 질문에 "첫 골은 맨 처음 득점 기회를 잡는 선수가 넣겠죠"라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모든 선수가 기회를 잡으면 '킬러'가 돼야 한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공격축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월드컵과 같이 극도의 압박감을 받는 경기에서는 사실 남들이 봤을 때 신기에 가까운 어려운 골 보다는 쉬운 골을 넣는 게 중요하다. 복싱 경기에서 마음먹고 뻗은 펀치가 허공을 갈랐을 때 느끼는 허탈감처럼 축구도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그만큼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힘도 빠지기 마련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만 14골을 넣었던 '월드컵의 남자' 게르트 뮐러(독일)는 "요즘 공격수들은 공에 집중하지 않는다. 혼을 다해 뛰어야 쉬운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스피드가 그리 뛰어나지 않고, 헤딩 능력도 출중하지는 않았지만 쉬운 득점 기회는 결코 놓치지 않았던 뮐러의 조언도 태극전사들이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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