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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 돕는 것이 통일비용 줄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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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 돕는 것이 통일비용 줄이는 길"

한 독일 교수가 말하는 '독일 통일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독일의 통일은 동서독 모두에게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한반도는 독일 통일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을 것인가?'
  
  오토 데펜호이어 독일 퀼른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는 19일 "대가를 치르지 않고 통일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데펜호이어 교수는 이날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이 주최한 '평화재단 전문가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독일이 통일의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많은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그러나 통일은 주판알 튕겨 나오는 손익계산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통일의 과정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어려움은 통일의 과정에서 당연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베를린 장벽 무너진 뒤 서독은 동독 경제 통째로 떠안아"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이듬해 10월 3일 법적인 통일이 이뤄지기까지 통일 독일의 법제도를 직접 준비하면서 통일의 과정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봤던 데펜호이어 교수는 "구동독과 구서독의 사람들에게 통일을 준비할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독일 통일 과정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데펜호이어 교수의 말 대로 독일의 통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동서독 모두 통일을 위한 별다른 준비가 돼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 장벽이 무너지고 구동독의 사람들이 서독으로 밀려들기 시작하면서 당시 서독 정부도 매우 당혹스러워 했다고 데펜호이어 교수는 설명했다.
  
  이렇게 진행된 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경제적 부담이었다. 데펜호이어 교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으로 인해 서독은 한 마디로 국가가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하는 경제였던 동독의 경제적 어려움을 통째로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당시 동독은 동독 정부가 대외적으로 얘기하고 있던 것처럼 상당한 경제 수준을 갖추고 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드러났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다보니 독일의 통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지금 북한경제 살아나도록 돕는 게 통일 후유증 줄이는 길"
  
  그는 한반도의 경우에도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로 인한 통일과 남북 간의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 통일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며, 첫 번째 시나리오대로 통일이 이뤄진다면 한반도도 독일이 경험했던 것과 똑같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상황이 이뤄지면 그 이후엔 그 상황에 자연스럽게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통일의 과정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남북한의 협상 등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인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통일비용은 어떤 형태로든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독일과 같은 대규모의 통일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북한 경제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진 상태가 되도록 (남한이)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통일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을 최대한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통일은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그의 발언이 오늘날의 남북관계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시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독일의 통일 과정을 보며 '우리도 막대한 통일비용이 들 것'이라는 두려움이 통일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그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냉정한 얘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 어느 누구도 남북한의 통일 비용을 대주지 않는다. 통일 비용은 모두 여러분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하나라고 불리는 나라가 아닌가? 충분히 짊어질 수 있는 짐이다. 더욱이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 경제의 경쟁력 증진을 위해 지금 투자하는 돈은 잃어버리는 돈이 결코 아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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