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권력자 얼굴만 쳐다보는 낡은 사고 버려야"

노대통령 광주 찾아…"지역주의 극복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아직도 반독재 투쟁의 시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미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됐고 시민사회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주 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2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이미 성숙한 민주주의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최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군ㆍ경찰과 반대 시위대 간의 충돌,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도자 말 한마디로 모든 것 다할 수 있는 시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5.18 정신을 올바르게 선양하고 역사 발전의 교훈을 삼아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세계사의 흐름과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은 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며 "아직도 권력자의 얼굴만 쳐다보는 낡은 사고가 남아 있다면 이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것은 무소불위의 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라며 "스스로 주권자 의식을 갖고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면서 책임있게 참여하는 자율과 책임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주의와 집단이기주의 극복해야"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호남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노 대퉁령은 이날 광주를 찾아 "지역주의와 집단이기주의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노무현 정권은 부산정권"이라는 발언을 무마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제 남은 과제는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가치를 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일"이라며 "그러자면 상대를 존중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서 합의를 이뤄내는 관용의 문화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5.18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의 분출이기도 했지만 오랜 소외와 차별, 그리고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분열시킨 데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며 "해답은 지역간, 계층간, 산업간, 근로자간의 격차를 줄여 균형잡힌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