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실업계 고교생을 산업체에 보내 저임금의 단순 대체인력으로 근무하게 하던 관행이 올해부터 사라지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6일 '실업계 고교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발표를 통해 실업계 고교 3학년 학생들의 산업체 현장실습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실업계 고교 학생들은 3학년 2학기가 되면 의무적으로 현장실습을 해야 했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현장실습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산업체가 실업계 고교 학생들을 저임금의 단순작업 노동자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날 교육부의 발표는 그간 제기돼 온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3학년 2학기 초(9월)에 나갔던 산업체 현장실습을 앞으로는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의 3분의 2를 이수하고 해당 산업체에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 경우에만 나갈 수 있게 된다. 또 3학년 2학기에 한해 일률적으로 실시하던 현장실습이 전 학년에 걸쳐 필요할 때 교내활동이나 체험학습,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끔찍한 현장실습 경험이 산업체 취업 기피하게 만든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실업계 고교생의 취업률이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실업계 고교생들의 취업률이 낮았던 것은 산업체에서 학생들을 뽑지 않아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취업을 기피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현장실습생을 받아들인 산업체에서는 학생들을 잠시 머물다 가는 인력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급여를 제대로 안 주면서 단순작업만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3학년 2학기에 이런 경험을 한 학생들은 산업체 취업에 대해 부정정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졸업한 뒤에는 산업체에 취업하기보다 재수를 해서라도 대학에 가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민주노동당과 전교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실업계 고교 현장실습생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정신적, 물리적 폭력과 성폭력에 노출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산업체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학생을 학교가 징계해서야"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방안이 갖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실업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던 윤성봉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학생들에게 노동인권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제도를 개선하는 차원을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현장실습 과정에서 겪은 부당한 처사에 대해 항의한 학생을 학교가 나서서 징계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현장실습이 파행적인 상태로 운영돼 온 것은 노동인권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인식이 얕았던 데도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노동절을 앞두고 고교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생 중 단 5%만이 훗날 자신이 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고교생들이 이처럼 비현실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체계적인 노동인권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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