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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추리 고립시켜 말려 죽일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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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추리 고립시켜 말려 죽일 셈이냐"

14일 대추리 범국민대회, 경찰 원천봉쇄

3중, 5중으로 들을 둘러싼 철조망, 또 다시 마을 입구를 완전 차단한 2만여 명의 경찰 병력. 14일 미군기지 확장이전 지역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범국민대회'는 이렇게 해서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가 대추리·도두리에 대한 고립작전을 펴고 있다면 완전한 성공이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대학생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일반 시민까지 전국에서 4000여 명이 대추리로 향했지만 경찰의 봉쇄선은 견고했다. 주요 국도의 대추리 진입로 방향을 경찰버스로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원정리, 안정리 등 대추리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경찰병력을 배치해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뒤로 돌아서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쪽의 본정리를 통해 대추리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시 경찰 병력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본정리에 집결한 4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집회를 열고 오후 4시경 자진해산했다.
▲ 14일 대추리로 진입하려던 시위대가 경찰에 가로막히자 즉석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프레시안

대추리 범국민대회, 경찰 완전봉쇄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무리해서 경찰병력을 뚫으려 하지 않고 경찰도 강제해산에 나서지 않아 큰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참가자들이 모여들기 이전에 대추리로 진입하려던 일부 참가자들이 대추리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36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들을 즉각 호송하지 않고 경찰버스 안에 8시간 이상 '감금'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외부와 완전 차단된 대추리 안에서도 경찰에 의해 번번이 발걸음이 막혔다. 4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대추리로 진입하는 것이 무산되자 대추리·도두리 주민들끼리만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도두리 주민들이 대추리로 가는 것까지 막았고, 이에 대추리 주민 100여 명이 도두리를 향해 행진을 하려 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막았다.
▲ 경찰과 군이 깊게 골을 파고 그 안에 철조망을 집어 넣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 프레시안

이러한 상황은 밤 8시까지 계속됐다. 특히 이날 저녁 대추리에서는 서울 인권영화제의 부대 행사로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미군기지 반대 싸움을 담은 기록 영화 '대추리의 전쟁'이 상영되는 '황새울 영화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경찰은 영화제 참가자들까지 철저하게 막았다. 도두리 주민들도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대추리에 비로소 들어올 수 있었다.

범대위 관계자는 "한명숙 총리는 평화시위는 보장해준다고 했는데, 완전히 다 막아놓고 주변에서만 하게 하는 평화시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아마 정부가 주민들을 괴롭히고 말려서 죽일 모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주민은 "분교 무너지고, 철조망 쳐지고, 경찰들 마을 돌아다니고, 솔직히 힘들다"고 쓸쓸하게 말했다. 사실 평생을 농부로 살아 온 이에게 봄이 되어도 씨를 뿌리지 못하고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만큼 답답한 지경이 없다는 얘기였다.

또한 경찰과 군인이 마을 주변에 항시 주둔하자 주민들의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 '대추리 지킴이'는 "철조망 작업, 논에 구덩이 파기 작업 등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고, 이날 황새울 영화제에 참가한 인근 마을 주민은 "마을에 경찰과 군인들이 빽빽 소리를 지르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미군기지 이전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추리를 둘러본 경찰인권센터 관계자도 "사찰과 불법 검문검색이 너무 심하다"며 "주민들이 이웃마을 주민들도 못 만나게 하는 등 무법천지에 가깝다"고 말할 정도였다.

주민들 621일째 촛불집회, 황새울 영화제 개최

이날 전국 각지의 '응원군'을 기다렸던 주민들은 조촐하게 621일째 촛불집회를 열어야만 했다. 함께 저녁을 먹은 대추리 주민들과 뒤늦게 참석한 도두리 주민들은 촛불을 켜고, 자신들의 싸움을 담은 영화를 관람하며 다시 의지를 다졌다.

도두리 이상열 이장은 "오늘(14일) 황새울에 뿌리려고 어제(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가서 볍씨를 나눠줬는데 결국 하나도 못 뿌리고 돌아갔다"며 "그러나 오늘이 끝이 아니라는 걸 여러분이 더 잘 아시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행정대집행' 이후 대추리 주민들은 또 다시 '공권력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 해 7월 대추분교에서 열린 '제1차 평화대행진'을 필두로 그 뒤 제2차·제3차 평화대행진, 500일 촛불행사, 600일 촛불행사 등에는 전국 각지에서 늘 최소한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대추리로 몰려들었으나, 이날 마을에는 주민들과 기자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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