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원형에 가까워진 '팀 가이스트'…정확한 킥에 이점
매 대회마다 개최국의 상징을 공에 새겨 넣기도 하고, 갖가지 신기술을 통해 축구공의 역사를 바꿔 온 독일 아디다스사(社)가 이번에 내놓은 월드컵 공인구는 '팀 정신'이란 뜻의 독일어 '팀 가이스트(Team Geist).'
팀 가이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어느 월드컵의 공인구보다 가장 둥글다는 것. 지금까지 축구공은 32개의 조각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팀 가이스트는 14개의 조각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공의 불규칙성이 대폭 줄어 들게 됐고, 완벽한 원형에 더욱 가까워 졌다.
또 한가지의 특징은 '공인구 컬러화 시대'를 마감했다는 것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사용된 공인구 '트리콜로'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등장한 '피버노바'는 모두 검은색과 흰색 외의 색채가 가미되어 있는 컬러공이었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전통적인 검은색과 흰색으로 된 공을 사용한다. 다만 결승전에는 특별히 황금색으로 치장된 '팀 가이스트 베를린'을 사용할 예정이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팀 가이스트'를 구성한 이유는 독일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이 흰색(상의)과 검은색(하의)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1970년 월드컵 이후 생겨난 대회 공인구에는 늘 개최국의 전통과 관련 깊은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월드컵 공인구의 발전은 모두 속도와 반발력의 상승과 궤를 같이 했다. 하지만 '팀 가이스트'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팀 가이스트'는 정확성에 조금 더 중점을 뒀다. 그 어느 때보다 둥글어진 '팀 가이스트'는 불규칙성이 사실상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에 의한 킥을 구사하는 '프리킥 스페셜리스트'에게 안성맞춤이다.
오른발 킥의 달인 데이빗 베컴(잉글랜드), 호나우디뉴, 주니뉴(이상 브라질),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등은 물론이고 짧은 거리에서 프리킥을 잘 차는 한국의 이천수, 박주영, 이을용에게는 더 없는 희소식이다.
월드컵 공인구 소사(小史)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 사용된 공 '텔스타'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32개의 조각을 이어 붙인 최초의 공이었다. 마치 점박이처럼 검은색과 흰색을 같이 사용한 까닭은 흑백 TV를 통해 봤을 때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1970년 월드컵에는 처음으로 TV 생중계가 실시됐고, 펠레가 이끌던 역대 최강의 팀인 브라질의 '삼바 축구'는 전 세계 TV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8년 뒤 아르헨티나 월드컵에는 '탱고'가 등장했다. '탱고'는 문자 그래도 아르헨티나를 위해 만들어진 공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결승전이 펼쳐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리버플레이트 경기장에서 기쁨의 '탱고' 춤을 출 수 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에트루스코'라는 이름의 공인구가 탄생했다. 에트루스코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거대한 성문으로, 기원전 3세기에 에트루리아인이 건설한 것. 공교롭게도 이 대회에서는 서독이 '게르만의 혼'으로 불리는 마테우스를 앞세워 목전에 다가 온 통독의 축포를 미리 쏘아 올렸다. 이탈리아 월드컵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통일 역사로 진입하는 관문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의 공인구는 '퀘스트라.' 우주비행선 등 미국의 갖가지 신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이 붙여진 이 공은 월드컵 역사에서 새로운 수비 전형인 '포백'의 성공시대를 알렸다. 당시 브라질은 포백 수비를 통해 우승을 차지했다. 4년 뒤,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의 삼색기를 본 떠 만든 '트리콜로'가 등장했고, 월드컵이 탄생하는 데 산파 역할을 했던 프랑스가 최초의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공동 개최국인 두 국가의 분출하는 에너지를 상징하는 '피버노바'가 공인구가 됐다.
독일 월드컵의 공인구가 '팀 정신'이란 뜻을 지녔다는 사실과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완벽한 구형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번 월드컵의 판도를 예측하는 것도 재미있다. 개개인의 기량은 다소 떨어지지만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선수가 많은 '다크호스'들의 분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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