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집행유예 없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재판부(서명수 재판장)는 2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회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1심의 징역 4년에서 다소 감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실상 대상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해 회사에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안겼다"며 "비록 비자금 조성 목적이 퇴직직원 격려비 등 비공식적으로 집행될 회삿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점, 상당액을 개인이 사용한 점 등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비자금 조성이 국내 기업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진 점, 피고인이 6억 달러를 벌어 외환보유고 제고에 기여한 점,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한 점, 문화재단을 통해 장학사업을 해 온 점, 늦게나마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1심에 비해 형량을 1년 줄였다.
임 회장은 지난 1998년 서울 방학동의 조미료 공장을 전북 군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220여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초 검찰은 대상그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임원급만 기소했을 뿐 임 회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 회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돈이고 불기소 당시의 전임 인천지검장은 이 회장의 처남인 홍석조 전 광주고검장이어서 의혹은 더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대상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가 임 회장의 책임을 인정하게 됐고, 천정배 법무장관이 "임 회장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잘못된 것"이라고 압박함에 따라 재수사와 재기소가 이뤄졌다.
한편 현재 두산그룹 일가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법원의 선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용성, 박용오 형제 등 두산그룹 일가는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검찰의 수사 단계에서 불구속 처분이 내려진 데 이어 1심 재판부도 기소자 전원에게 '집행유예' 결정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은 바 있고, 이례적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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