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후보가 오세훈 전 의원으로 결정됨으로써 5.31 서울시장 선거는 인물 대결 구도로 흐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강금실과 오세훈, 두 사람 모두 당과 일정부분 유리된 위치에 있어 본게임은 '바람'과 '인기'가 선거판세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여당 후보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경우 그동안 언론의 '실체 검증'이 일정부분 진행돼 왔으나 오세훈 후보는 아직까지 백지상태에 다름 아니다. 오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정치권에서 '오세훈 위기요인'이 제기되는 이유다.
1. 이미지만으로는 불안해
열린우리당은 현재대로라면 강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이길 법한 오 후보의 인기를 두고 쉽게 '거품'이라고 단정했다. 강 후보 캠프에서 공공연하게 "오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도 오 후보를 가장 '만만한 상대'로 꼽기 때문이다.
맹형규 후보를 난적으로 꼽은 강금실 전 장관도 오세훈 후보에 대해선 "특별한 느낌이 없다"면서 "워낙 갑자기 나오셨다고 본인도 밝히고 계시니까 아직은 (서울시정에 대해) 뭔가 파악이 안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측은 지금까지 인물 싸움이 그러했듯 이번 선거 역시 인물구도로 흐를 경우 여러 면에서 강 전 장관의 비교우위가 돋보여 오 후보의 이미지는 사상누각처럼 허물어질 것으로 장담한다.
정치권 외부에서도 이런 시각이 없지 않다. 정치컨설팅 회사 '민 기획'의 박성민 대표 역시 "오 후보의 이미지는 관리된 이미지라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지로 승부를 건 탓에 오 후보 스스로의 기반도 약하지만 강 후보와 공통분모가 많은 탓에 상대를 공격할 '포인트'가 많지 않은 것도 고민거리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오세훈이 강금실을 두고 이미지 정치, 혹은 준비 안 된 후보라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될 수 있다"며 "게다가 오 후보는 참신한 이미지를 지켜야 하는 통에 격하게 나설 수도 없어 '흙탕물 싸움'이 벌어지면 난처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 스타이기는 한데…행정은 해 봤어?
이미지를 앞세우는 면에서는 강 후보나 오 후보가 같은 톤을 유지하지만, 행정 경험으로 치면 강 후보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오 후보는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행정 경험이 없다.
이에 열린우리당 이광재 기획위원장은 "강 전 장관과 오 후보는 서울시를 이끌어 나갈만한 리더십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열두 명짜리 '지성(오세훈 전 의원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을 이끈 사람과 10년 간 판사를 하고 법무부장관을 한 사람이 같을 수 있느냐"는 이 위원장의 논리는 본격 선거전에 가서도 그대로 차용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경험을 메워줄 인력풀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캠프에 얼마나 많은 전문가가 모이느냐는 문제는 후보의 공약과 정책의 수준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인데, 사람을 모을 만한 시간이 없었던 오 후보는 경선 내내 '인물난'에 시달려 왔다.
한 소장파 의원은 "후보가 된다면 당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할 테지만 역점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결국 후보가 데려온 사람의 몫"이라며 "스스로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전문가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할 테지만 사람이 어디 하루아침에 모이느냐"고 말했다.
당에서는 오 후보와 가까웠던 박세일, 윤여준 전 의원 등이 정책 자문을 맡지 않겠냐고 관측하기도 하지만, 현직을 떠난 이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 각 세울 땐, 세워야할 텐데…
경선 과정에서 오 후보는 "참신한 이미지가 한나라당 대권후보들을 지켜낼 수 있겠나. 수도분할에 맞설 수 있겠나.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겠느나"라는 식의 비판을 받아 왔다.
주로 홍준표 후보의 논리이기는 하지만 이를 경쟁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 후보의 강점인 신사적인 풍모에 비해 전투력, 돌파력이 늘상 약점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당장 오 후보가 '노무현 정권 심판론'으로 요약되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부합되는 공격적 선거 캠페인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남 비판하기를 꺼리며 '이미지 정치'라는 맹, 홍 후보의 맹공 속에서도 반격을 마다하던 오 후보가 전통적 지지층 규합을 위해 여권에 각을 세우는 선봉에 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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