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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시의 위험한 핵도박"

[해외 시각] 신형핵무기 개발에 핵선제사용까지 추진

이란 핵 위기를 둘러싼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핵공격까지 준비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고위관리들도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미 정치인들의 말만 들어보면 이란의 핵 활동이 전세계 평화에 '지대한' 위험요소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 고작 원자력 생산을 위한 '평화적 핵활동'일 뿐인 것에 핏대를 세우고 있는 미국의 무기고에는 즉시 사용이 가능한 핵탄두가 1만 개 가까이 쌓여 있다.
 
  지난 70년대 이후 핵군축의 역사를 연구해 온 뉴욕주립대학의 역사학 교수 로렌스 위트너는 최근 미국의 진보적 통신매체인 〈히스토리 뉴스 네트워크〉 기고글 "부시의 최근 핵도박(bush's latest nuclear gambit)"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핵탄두 신뢰도 향상(rrw: reliable replacement warhead)) '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부시행정부 관리들은 rrw가 기존 핵무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반면 핵실험의 필요성은 줄여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핵 비판론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rrw 프로그램을 전혀 새로운 종류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험 한 번 하지 않고 생산된 신형 핵무기가 1945년 이래로 1000여 회의 실험을 거친 기존 핵무기보다 더욱 안전하고 믿을 만하며 효율적이라는" 부시행정부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위트너 교수는 "따라서 (rrw 프로그램에 따라) 결국 신형 핵무기가 생산되면 핵실험 재개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 분명하며, 그렇게 되면 주요 핵보유국들이 합의한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조치)이 붕괴될 뿐 아니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자체도 결국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부시행정부가 과거의 전통적인 핵억지 전략에서 핵 (선제)사용의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핵 벙커-버스터는 외부 침략에 대한 방어용 무기가 아니라 (적의) 지하 군사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용 무기"라고 지적했다. 세이무어 허시가 지적했듯이 부시행정부는 이미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에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핵전략 변화의 증거라는 것이다.
 
  이란의 핵활동에 대해 연일 강도높은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국의 핵 정책은 어떠한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일이다.
 
  다음은 로렌스 위트너 교수의 글 "부시의 최근 핵도박"의 전문이다. 원문 〈편집자〉

 
  부시의 최근 핵도박
 
  지난 2005년, 부시행정부가 가장 원하는 신형 핵무기가 '벙커-버스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의회에서 벙커-버스터 관련 법안의 통과 실패가 확실시되자 반대론의 선봉에 섰던 데이비드 홉슨 하원의원(공화, 오하이오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올해엔 당신이 이기겠지만 내년에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것들은 마치 말라리아나 독감처럼 또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부시행정부는 최근 '핵탄두 신뢰도 향상(rrw: reliable replacement warhead))'이라는 '독창적인' 핵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지난 6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기사(ralph vartabedian, "u.s. rolls out nuclear plan")에 따르면 당초 rrw는 기존 핵탄두의 성능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졌지만 "이제 와서는 새로운 핵탄두 설계를 포함하게 되었고, 각 무기관련 연구소에서는 현재 설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뉴욕타임스〉보도에 따르면 rrw는 전날 발표된 부시행정부의 훨씬 광범위한 핵전략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5일 발표에서 부시행정부는 "미국의 핵폭탄 연구 및 생산 시스템에 대해 냉전 이후 최대의 재편 및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부시행정부는 미국의 핵폭탄 연구ㆍ생산단지를 현대화해 새로운 핵탄두를 설계하도록 하며, 4년 내에 새로운 핵폭탄을 생산할 예정이다. 또 수소폭탄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플루토늄 "피트(pits)"의 생산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부시행정부 관리들은 rrw가 기존 핵무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반면 핵실험의 필요성은 줄여줄 것이라며 rrw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군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정부의 주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들은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연구자료들을 인용하여 미국의 핵무기는 부시행정부 관리들이 주장하는 기간보다 수십 년 이상 안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후버연구소의 연구원 시드니 드렐과 전 미국 대사 제임스 굿바이는 "실험 한 번 하지 않고 생산된 신형 핵무기가 1945년 이래로 1000여 회의 실험을 거친 기존 핵무기보다 더욱 안전하고 믿을 만하며 효율적이라는 이들의 주장을 믿기 위해서는 대단한 상상의 도약이 필요할하다"고 비꼬았다. 따라서 결국 신형 핵무기가 생산되면 핵실험 재개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 분명하며, 그렇게 되면 주요 핵보유국들이 합의한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조치)이 붕괴될 뿐 아니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자체도 결국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핵 비판론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rrw 프로그램을 전혀 새로운 종류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미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벌 사무총장은 rrw 프로그램에 의한 기존 핵무기 교체 계획은 결국 신형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미국 최대의 평화 및 군축단체인 '평화행동(peace action)'도 "(rrw 프로그램에 의한 핵무기개발이 실제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국방부와 무기연구소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rrw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홉슨 의원도 행정부가 rrw의 추진범위를 위험스러울 정도로 넓게 잡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rrw는 전혀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라는 게 절대 아니다"라면서 "rrw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핵무기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어떤 오해도 바라지 않는다. (…) 그런데 에너지부(미국에서 핵무기 관리 및 개발은 에너지부 소관사함임 : 역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을 들으려 한다. (…) 우리는 결코 핵무기의 새로운 장을 열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확실히 부시행정부의 전반적인 핵정책을 검토해 보면, 부시행정부가 rrw 프로그램을 통해 신형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한다는 비판론자들의 우려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68년 체결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자체 보유 핵무기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날에도 미국의 핵 무기고에는 1만 개 가까운 핵탄두가 쌓여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은 실전 배치돼 있거나 실제 사용이 가능한 것들이다.
 
  나아가 부시행정부는 미국의 핵군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협상도 회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탄도탄요격미사일금지협정(abm)에서도 탈퇴했고, (클린턴행정부 때 타결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도 거부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한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는 "강력한 핵억지력은 (…) 미국 국력의 핵심 중추로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부시행정부가 과거의 전통적인 핵억지 전략에서 핵 (선제)사용의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핵 벙커-버스터는 외부 침략에 대한 방어용 무기가 아니라 (적의) 지하 군사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용 무기다. 더욱이 최근 미 전략사령부는 선제공격에서 핵무기도 사용할 것이라는 전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세이무어 허시는 〈뉴요커〉의 기사를 통해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용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내부토론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에서는 핵증강과 핵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npt가 보장한 우라늄농축 활동을 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 가혹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부시행정부의 행동은 한마디로 이중기준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란은 농축우라늄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npt의 위반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정책 역시 npt에 따른 그 스스로의 약속을 이미 어겼다. 하지만 워싱턴의 관리들은 이런 사실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문제에서 논리란 별로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아니면 (바로 그런 이중기준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논리인지도 모르겠다.
 
  (번역=여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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