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박스오피스는 지난 주와 거의 대동소이하다. <달콤, 살벌한 연인><빨간 모자의 진실>이 똑같이 1,2위를 지켰으며 심지어 그 전 주 4위였던 <오만과 편견>이 이번 주 역시 4위를 고수했다. 이번 주 새로 개봉된 영화 <드리머>가 3위에 새로 올랐을 뿐 상위권에서의 큰 변화는 감지하기 어렵다. 이건 고만고만한 영화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라기 보다는 오랜만에 너무 많은 영화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관객들이 익숙해질만하면 영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시즌에는 어떻게든 2주를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영화가 앞서 말한 <달콤, 살벌한 연인> 등이며 특히 그런 점에서 <오만과 편견>의 성공이 눈에 띈다. 지면에 제목을 모두 게재할 수는 없지만 현재 전국 극장가에는 20편 이상이 걸려있다. 이들 영화들이 아깝게도 극장에 걸렸다 그냥 사라지고 있지만 사실 국내에 부가판권 시장이 살아있으면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극장에서 못본 작품들 나중에 잘 기억해 뒀다가 비디오나 DVD로 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관객들이 갖고 있는 이상한 특성 가운데 하나다. 모두들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아예 영화를 보지 않거나 아니면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보려고 한다. 극장매출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자꾸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 극장에 걸렸다 사라진 영화들의 경우 DVD로 나오기까지 어려운 일을 많이 겪거니와 자칫 부가시장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니 우리 관객들, 이번에 나온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지 못하시더라도 조금만 기다렸다가 꼭 비디오나 DVD로 찾아보시기를, 영화인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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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시리아나>가 전국 12만 가량을 모은 것은 차라리 '기적'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도 이렇게 '어려운' 영화가,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가, 특히나 이렇게 엄혹한 상업주의 시대에 무려 1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들 모두 재미있고, 의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니 이런 영화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관객들을 향한 출구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극장들이, 영화 배급업자들이 조금만 더 의지를 가질 일이다. <크래쉬>가 순위 10위를 지키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완성도를 두고 논란도 있고, 비판도 있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착한 영화'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 진정성이 우리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종영 분위기를 맞고 있긴 하지만 요즘 분위기로는 13만 관객도 좋은 성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한주도 10편 내외의 영화가 일제히 개봉된다. 어떤 영화가 살아남고 또 어떤 영화가 사라질지 자못 기대된다. 요즘 영화 목숨,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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