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럽파'로 불리는 안정환(뒤스부르크),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설기현(울버햄프턴)이 언제쯤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달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들에 대해 실망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핌 베어벡 코치를 보내 계속 이들 선수를 점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안정환, 차두리, 설기현이 모두 2002년 월드컵 멤버였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영국 축구전문지 〈월드사커〉 4월호에서 "2002년 월드컵 때와는 달리 우리는 원정경기로 2006년 월드컵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멤버보다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원정경기로 치러진 14차례의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한국은 단 1승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년 월드컵에서는 이런 한국의 월드컵 원정경기 징크스를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02년 월드컵 경험과 유럽 축구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유럽파들이 존재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위기의 유럽파'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면서도 이들의 부진이 곧장 엔트리 탈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대해석'을 염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유럽 축구의 수준이 K리그보다 높다"는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
독일, 잉글랜드 등에서 뛰고 있는 유럽파가 아드보카트호에 중요한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다. 한국과는 다소 다른 유럽의 잔디가 바로 그것이다. 2006년 월드컵이 펼쳐지는 독일의 잔디는 한국과는 달리 다소 축축하다. 경기가 펼쳐지기 이틀 전에 비가 왔다고 해도 경기 당일까지 잔디와 흙에 물기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볼 때 잔디가 푹푹 패이는 장면이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차두리의 에이전트 회사인 포르투나 2002의 최범석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독일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국내 축구계의 대표적 '독일통'인 최 대표는 최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독일 월드컵에서는 수중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잔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딱딱한 한국 그라운드에 비해 무른 독일의 그라운드에서는 체력소모도 자연스레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환은 1일(한국시간) 폴크스바겐 아레나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볼프스부르크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선수로 투입돼 25분 간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안정환은 후반 30분 상대 골지역 왼쪽에서 수비수를 제치고 라브리치의 머리를 겨냥해 크로스를 올렸지만 헤딩 슛이 골대 위로 넘어갔다. 비록 안정환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부활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반면 차두리는 같은 날 브레멘과의 경기에서 또다시 출격명령을 받지 못했다. 지난 주말 경기에 이어 차두리의 플레이를 점검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대표팀의 핌 베어벡 코치는 두 번이나 '헛탕'을 친 셈이다.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 울버햄프턴에서 뛰는 설기현도 1일 열린 플리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출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설기현으로서는 9경기 연속 결장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적어도 '위기의 유럽파'가 5월 말 국내에서 치러지는 두 차례 평가전까지 제 궤도에 진입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젊은 피'와 '경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 이들이 소속 팀에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체력을 겸비한 차두리, 한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을 자랑하는 안정환과 윙 포워드로서 필요한 크로스 능력에다 지구력도 뛰어난 설기현의 부활 여부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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