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서울 양재동 본사 증축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이 한 단계 더 거슬러 올라가 매입 과정도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가 양재동 본사 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로비 자금 명목으로 김재록 씨에게 15억 원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 관계자는 31일 "사옥 매입 과정에서 김 씨에게 금품이 흘러들어간 흔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정확한 액수의 규모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현대차는 농협 소유였던 양재동 사옥을 매입했고, 김재록 씨는 당시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이었다.
특히 농협이 사옥을 공매하는 과정에서 당초 농협이 제시했던 3000억 원보다 700억 원이나 싼 2300억 원에 현대차가 사옥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져, 김 씨가 사옥 매매 과정에서 정·관계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당시는 기업들이 불필요한 자산을 줄일 때라 공매가 5차례나 유찰됐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매매가가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양재동 사옥이 도심과 떨어져 기업 본사 사옥으로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강남권 개발로 큰 가격 상승이 예상됐던 곳이어서 여러 부동산업자가 눈독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가 양재동 사옥을 매입해 '대박'을 터뜨렸다"는 말도 있고, 연구센터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주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차 양재동 사옥의 연구센터 증축과 관련된 로비 의혹보다 한 단계 앞선 시점의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증축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고, '매입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단서를 포착했다"고 시인한 셈이어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다만 현대차와 김 씨 간의 '돈 거래' 흔적이 드러난다고 해도 '컨설팅료'였다고 주장하면 법적 처벌이 어려울 수 있어 김 씨를 통해 관계기관을 상대로 실제 불법 로비가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씨와 관련된 대부분의 혐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어서, 검찰이 김 씨와 정·관계 인사들 간의 '부정한 거래'를 얼마나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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