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자금 수사…'가지'에서 '또 하나의 트랙'으로

검찰, '재벌 봐주기'와 '유전무죄' 여론에 부담

김재록 씨의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김재록 수사의 가지'에서 하룻만에 '또 하나의 중요한 트랙'으로 격상한 것이다.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29일 "지금까지의 수사가 김재록 씨 로비 의혹을 중심으로 이뤄진 '원트랙(one-track)'이었다면, 앞으로는 현대차 비자금 의혹 사건과 더불어 '투트랙'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 김재록 수사팀과 현대차 비자금 수사팀으로 나눠**

검찰은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두 개로 나눠 한 팀은 김재록 씨 로비 의혹 사건을, 한 팀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전념하도록 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인 28일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문제에 대해 "김재록 씨를 수사하다보니 혐의가 포착돼 수사에 나선 '지류'에 불과한 사건"이라며 현대차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확대 예측을 경계했으나, 하룻만에 이 문제에 대한 수사를 김재록 씨 수사와 동등한 지위로 '격상'시킨 것이다.

검찰은 여전히 "현대차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는 현 단계에서 생각할 수 없다"고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를 바탕으로 혐의를 추궁한다는 뜻이다. 검찰은 김재록 씨의 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중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단서를 포착했으며,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을 69억8000여만 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수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비스를 압수수색하던 중 금고에서 50여억 원의 현금 등을 발견하면서 글로비스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만도 100억 원이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이주은 사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비자금 69억여 원과 금고 속의 50억여 원은 다른 돈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비자금 깊이 들어가면…정몽구 부자 직접 겨냥할 수도**

게다가 이주은 사장 단독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기 힘들다. 또한 비자금 조성의 배경, 경위,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하다 보면 결국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 부자에게까지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로서도 국내 재벌 서열 2위인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포착한 만큼 '재벌 봐주기', '유전무죄' 등의 곱지 않은 국민들의 사법감정을 고려할 때 현대차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밖에 검찰 주변에서는 "애초 김재록 씨에 대한 수사와 내부자 제보에 의해 시작된 현대차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관련자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물 분석 과정에서 추가 단서를 포착해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