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의혹과 관련해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잠원동 실내체육관' 자리는 인근에 있는 중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이전 부지로 요구했던 곳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서울 서초구 원촌중학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원촌중학교 옆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과 먼지로 인해 이 학교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되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잠원동 실내체육관 자리를 포함한 2곳의 장소 중 한 곳으로 학교를 이전시켜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운동장을 쓸 수 없는 학생들**
원촌중학교 옆에서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놓고 떨어져 있는 공사장에서 날아오는 먼지와 소음 때문에 수업이 파행을 겪자 당시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던 것.
더구나 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 이 공사장에서 발생한 먼지에 발암물질인 갈석면 가루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게 된 것은 물론, 이 학교에서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할 수 없었다.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
이와 같은 상황에 분개한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요구한 것이 학교 이전이었다. 학교를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에 공사를 재개하라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은 이같은 요구를 하면서 지난 2월 15일부터 열흘 간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교육청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 않았다. 재건축 때문에 학교건물을 이전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용지에 테니스장은 되지만 학교는 안 돼**
당시 학부모들이 학교이전 후보지로 지적한 곳이 잠원동 71-10번지와 잠원동 61-6번지다. 그런데 잠원동 71-10번지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이 있는 자리다. 잠원동 61-6번지도 농구장과 축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도시계획법 상 학교용지로 분류돼 있다. 더구나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잠원동 71-10번지에 건설 중인 실내 테니스장은 명목상으로는 가건물이다.
테니스장 가건물 때문에 학교용지에 정작 학교를 못 짓게 된 것이다. 당시 학부모들은 잠원동 71-10번지에 실내 테니스장을 짓고 남은 자리에라도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했지만, 이것 역시 묵살됐다.
***법원 "원촌중학교 학생들, 정상적인 교육 못 받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아파트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먼지와 소음으로 인해 학생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원촌중학교 학생 222명이 "학습권을 침해하는 재개발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며 반포 주공3단지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수업 중에는 공사를 중단하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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