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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냐 갯벌이냐…대법원, 오늘 새만금 최종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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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냐 갯벌이냐…대법원, 오늘 새만금 최종선고

경제성·수질 등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판단 '주목'

대법원은 16일 새만금 사업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4년7개월 동안 치열하게 진행돼 온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마지막 법적 판단이 이날 오후에 내려진다.

대법원은 새만금 사업의 중대성을 감안해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했고, 올해 도입한 개념인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의 첫 사례로 새만금 사업을 선정해 공개변론 절차를 두는 등 집중심리를 해왔다. 농림부가 17일에 새만금 방조제의 마지막 2.7km 개방 구간에 대한 물막이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의 법리적 쟁점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업면허를 취소할 만한 사정의 변화가 있느냐'다. 현재 새만금 사업은 '농지'와 '담수호' 조성 명목으로 받은 공유수면매립(간척)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농지'의 경제성과 '담수호'의 오염 가능성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1991년 사업면허를 받던 당시와 달리 현재의 상황에서 농지 조성과 담수호 조성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면허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지냐 갯벌이냐, 해수부 "우리나라 갯벌 가치 연간 10조 원"**

우선 경제성의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농림부 측은 당초 사업면허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미래 식량안보를 위한 우량농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쌀 시장 개방 등으로 인해 경지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통일을 대비해 부족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전략적 농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환경단체 측은 "이미 있는 농지나 보전할 방안을 궁리하라"고 반격하고 있다. 정부가 쌀 시장 개방 정책을 펼치며 경지면적을 정책적으로 줄이고 있는 마당에 수조 원을 들여 바다에 농지를 만든다는 것은 사업면허 유지를 위한 혹세무민이라는 주장이다.

'갯벌 대 농지'의 경제성 비교도 쟁점이었다. 농림부 측은 생산물의 가격, 식량안보, 국토확장의 효과를 고려할 때 갯벌의 가치보다 농지의 가치가 월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 측은 이미 생산물의 가격에서도 갯벌 생산물의 가격이 농지 생산물의 가격보다 높을 뿐더러 갯벌의 환경정화 작용, 생태계 유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갯벌을 보전하는 것이 농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갯벌의 가치는 연간 10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 전 장관은 그러나 기고문에서 전남 순천만, 벌교 등의 갯벌을 예로 들며 새만금 갯벌은 쏙 빼놓았다. 국내 최대일 뿐 아니라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새만금 갯벌까지 더해 평가할 경우 국내 갯벌의 가치는 10조 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해수부는 갯벌의 가치를 1㎢(약 300평)당 연간 약 4억 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가 이날 갯벌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죽음의 호수 불 보듯" vs "순차개발, 문제 없다"**

이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담수호의 수질 문제다. 새만금 사업은 여의도의 14배에 달하는 면적의 담수호를 조성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간척으로 조성된 농지에 농업용수를 제공한다는 명목에서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담수호를 조성할 경우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 측은 "새만금보다 규모가 작은 시화호와 영산호도 수질을 유지하지 못해 해수를 유통하고 있는 마당에 새만금에 담수호를 조성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시화호의 경우 주변 공업용수가 별도의 수집관을 통해 처리됨으로써 시화호에 유입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양생물의 폐사로 죽음의 호수에 이르렀음을 감안할 때, 새만금은 해양생물의 폐사량이 월등히 많을 것으로 에상될 뿐 아니라 주변 농업지역에서 유입되는 인 등 유기물 성분으로 인해 부영양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환경단체 측은 주장하고 있다.

반면 농림부는 수질 문제를 우려해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을 분리해 순차적으로 개발하고, 금강의 맑은 물을 유입해 희석하고, 전주권의 상류 지역에 대한 수질개선 노력을 강화하면 충분히 농업용수 수준의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되돌리기 늦었다" vs "아직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이밖에 대법원이 무시할 수 없는 논리 중 하나가 "15년 동안 진행해 와 방조제 완공을 눈 앞에 둔 사업을 되돌리기는 늦지 않았느냐"는 우려와 전북도민들의 '개발 소외' 정서다.

농림부 측은 "80% 이상 사업이 진행된 사업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또 다른 환경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아직까지 방조제 공사만 마쳤을 뿐 내부 토지개발 사업 등을 고려하면 새만금 사업의 갈 길은 아직 멀다"며 "방조제 곳곳을 터서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린 뒤 방조제 이용 및 내부 토지개발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도민들의 '개발 소외' 정서도 문제다. 강현욱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전북도 내에는 새만금 사업을 '복합산업단지 개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런 주장은 새만금 사업 옹호론의 주된 명분인 '농지 조성' 목적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실제 재판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전북도가 복합산업단지를 원한다면 차라리 현재의 면허를 취소하고 산업단지 조성에 맞는 경제성 분석과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한뒤 다시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 등도 "해수를 유통해 갯벌을 보전한 뒤 현재 방조제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기는 간척지에 복합물류단지나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수심이 깊은 곳에 항구를 만드는 계획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새만금 사업에 투입될 예산을 전북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는 조건을 내걸면 전북도민들도 찬성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새만금 논란, 대법원 판결로 종식되지 않을 듯**

도올 김용옥 전 교수는 새만금 사업 재판에 대해 "행정부의 잘못을 사법부에 떠넘긴 꼴"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평가가 법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미이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로 인해 새만금에 대한 논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법부가 어떠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논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측은 '환경재앙'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로 새만금 반대 활동을 계속 펼칠 계획이고, 새만금 인근 어민들은 해양생태계 파괴를 온 몸으로 느끼며 생존권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올바른 새만금 사업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1심 재판부의 조정권고안을 거부한 바 있고, 최근 군산시 공무원노조는 "새만금 사업에 반대하는 그 어떠한 세력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는 등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법원 판결 뒤에도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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