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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정의 세운다는 자세로"

박원순 변호사, 서울중앙지검서 '인권' 특강

대표적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의 '대부'인 박원순 변호사가 15일 검사들 앞에 서서 강연을 했다. 변호를 하며, 시민운동을 하며 검찰과 수없이 대립각을 세워 온 박 변호사는 검사들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대로 하면 손해' 이 말 앞에 자유롭나?"**

박 변호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70%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현실"이라며 "국민 자체의 책임도 있지만, 법 집행기관인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법치주의'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이지만, 과연 평등했는가"라고 물으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재벌이나 정치인 등은 일반인들과 동등하게 취급받고 있는지, 검찰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의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 발언을 언급한 박 변호사는 "법원 일이기도 하지만, 이는 검찰이 기소권 행사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종종 '경기가 안 좋다'거나 '정치권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등 경제와 정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국민들에게 위축으로 보인다"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운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은 강력한 검찰권 행사의 사례로 일본 검찰 특수부를 예로 들면서 "일본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4번이나 내각을 물러나게 했는데, 우리나라 검찰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찰이 이것 저것 생각하다 보면 아무 일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특수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특수부는 인지수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사회를 정화하는 데에 특수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수부가 움직이면 우리 사회의 많은 구조적 모순들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고문 받던 사람들은 검사들을 믿고 참았다. 그런데?"**

박 변호사는 이날 강연의 제목대로 '인권 보호'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개월간 구속돼 옥고를 치른 적이 있고, 많은 고문 피해자를 변호했으며 그 인연으로 '한국 현대사의 고문'에 대해 연구까지 했었다.

박 변호사는 "법을 배운 사람으로서 과거 고문 실태에 무한한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안기부 등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던 사람들은 나중에 검사 앞에 가면 바른대로 말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꾹 참았는데, 검찰은 오히려 '다시 고문 받으러 갈거냐'라고 협박하거나 안기부 직원을 옆에 두고 수사를 했다"며 "검찰은 이 어두운 과거에 대해 반드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벌어진 '검사 폭언' 사건도 언급했다. 검찰에 불려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잔뜩 주눅이 들만한 일인데 거기에다 위압을 가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법질서 수호만 강조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법치관"이라며 "검찰은 억울한 피해자와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하는 기관으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과거 인혁당 사건 때는 중정에서 고문을 받고 온 피의자에 대해 윗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없다'며 끝까지 기소를 거부하다가 사표를 쓴 훌륭한 검사들도 있었다"며 "요즘에도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스타검사들이 나와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들 다양한 사람 만나고 계속 공부해야"**

박 변호사는 검사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나 판검사 등 법조인이 되면 노동자들보다 사장을 더 많이 알게 되는 등 소외 받는 계층의 사람들보다 소위 사회 주류층을 더 많이 알게 된다"며 세계관이 편협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 검찰은 사회과학 서점에 쌓아놓고 파는 책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하고,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생각에 대해서도 펄쩍 뛰며 놀라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는데, 검찰이 편협한 사고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다. 검사들도 끊임없이 공부해 사고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검사들이 철학을 갖고 환경, 금융 등 어느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박 변호사의 강연은 검찰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인규 3차장 검사 산하 특수1·2·3부, 금융조사부, 첨단범죄수사부, 마약조직폭력범죄수사부, 외사부 검사와 수사관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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