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의 각 계파는 14일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예정된 수순'이라며 일치된 반응을 보였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유보' 방침에 대해선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즉각적인 사표 수리"를 촉구했다.
***열린우리 "당-청 회동 아직 미정"**
열린우리당은 이날 이 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대변인은 그러나 당과 청와대의 회동 일정에 대해선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위해 요청해 오면 하는 것"이라며 "아직 청와대에서 어떤 요청이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김근태 최고위원 등으로부터 의견을 전달받고 이 총리가 숙고한 것 같다"면서 "당에서 충분히 의견을 전달했으니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광철 의원도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간 채 "노 대통령이 당의 의사, 총리의 의사, 사실관계까지 다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정청래 의원은 "최종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정확한 일정은 모르지만 정동영 의장과 노 대통령이 조만간 만날 것이기 때문에 정 의장이 당심을 충분히 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 "노 대통령 다음 수 뭐냐" 촉각**
한나라당은 "예상은 했었던 일"이라면서도 악화된 여론에도 이 총리의 사의를 즉시 거두지 않은 노 대통령의 '속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참에 노 대통령이 탈당이나 거국 중립내각 등 지방선거 판세를 뒤흔드는 특단의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우리가 그간 대통령의 행적을 감안해서 예상했던 몇 가지 답안지 중 나쁜 수를 택했다"며 "대통령은 국민의 정서를 바로 알고 빨리 이 총리의 사의를 수리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우선은 총리가 사퇴를 결심한 것은 잘한 판단으로 보고 대통령이 사표 수리를 유보한 것은 함께 일해 온 총리에 대한 배려의 제스처로 보고 있다"며 일단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노 대통령이 장고를 하는 이면에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엄 본부장은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거국 중립내각을 꾸리겠다는 식으로 언론을 달궈가면서 그 중간에 검찰이나 국정원을 동원해 야당의 공천 비리를 캐내는 식으로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본부장은 "그러나 대통령이 그런 꼼수를 쓰면 쓸수록 레임덕은 더 빨리지고 자신의 정치 수명을 더 단축시키는 결과가 올 뿐"이라며 "하기 싫다는 이 총리를 더 이상 감싸지 않고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노 대통령으로서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지금은 민심을 살필 시간이 아니라 민심을 추슬러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노 대통령의 즉각적인 수용을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 국민들은 골프황제 하면 타이거우즈를, 황제골프 하면 이해찬 총리를 떠올린다"며 "노 대통령은 '시간벌기'라는 의혹을 사지 말고 이 총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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