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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시간끌기냐…위기정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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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시간끌기냐…위기정치냐…

[분석] 청와대 '이해찬 감싸기'의 이유는?

취임 초 '대통령 재신임'에서부터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는 '위기동원정치'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야당과 보수언론의 부당성을 직접 호소하면서 대립전선을 부각시켜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정국 돌파의 힘을 얻었다. 정치적 역학관계로만 따지자면 야당의 공세가 거세고 위협적일수록 이른바 '위기'는 고조되고 노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힘은 더 커졌다.

'3.1절 골프' 파문으로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이해찬 총리의 유임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발언들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 대통령 특유의 '위기의 정치'가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떠올랐다.

***이병완 비서실장 등 통해 이 총리 유임 가능성 시사**

이해찬 총리가 5일 이강진 공보수석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고 노 대통령이 6일 아프리카 순방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이 총리의 거취는 물러나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7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오찬에서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사실이 맞냐 틀리냐와 사실관계의 경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여론뿐 아니라 국정운영, 정치상황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유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금 시점에서 총리가 그만두면 정책에 관한 국가 틀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일차적으로 이 총리 '낙마' 쪽으로 기우는 여론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의 '공로'를 생각해 물러난다 해도 '난도질당한 채'로 물러나는 상황은 막아주려는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시간끌기용' 발언으로도 볼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에서도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리를 고집할 수는 없겠지만 후임 총리 등 이후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여론에 밀려 이 총리가 당장 물러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이 총리를 재신임할 경우를 대비한 사전 포석이기도 한 셈이다.

***'레임덕' 우려…후임 총리 인준도 고민**

노 대통령이 이 총리 유임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선 이 총리가 물러날 경우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이 총리의 업무 능력을 강조하면서 "총리가 물러나면 정책에 관한 국가 틀이 무너진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총리가 '골프파문'이라는 불미스런 일로 여론에 밀려 물러날 경우 대통령 자신이 '레임덕' 상황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후임 총리를 지명한다고 해도 국회 인준을 무사히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총리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투표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여당 의석은 143석으로 과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는 또 하나의 정치적 격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의 '선택'이 변수**

"대통령은 사실관계의 경중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이병완 실장의 발언은 과거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등의 해임건의를 처리하던 모습에 비춰 노 대통령이 이 총리 거취 문제를 공세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3.1절과 철도파업 첫날이었다는 시점의 문제, 골프를 같이 친 인사들의 과거 전력 등에 일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본질은 "골프를 쳤다"는 것이고, 과연 이것이 총리가 물러나기까지 해야 할 사안이냐는 얘기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작년 6월 '전방부대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이 제출됐을 때 '대국민 편지'를 통해 "대통령의 고민과 망설임을 오기정치로 몰아붙이기 전에 우리 야당이 너무 자주 해임건의를 꺼내는 것은 아닌지 다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며 윤 장관의 해임건의를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로 몰아붙였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바로 전날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당의 단합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재신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한나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낼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이 143석, 한나라당이 125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임건의안 통과의 '키'는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쥐고 있다. 윤광웅 국방장관의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것은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은 기본적으로 색깔론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이 막판에 열린우리당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리의 '골프 파문'과 관련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회찬 의원은 8일 청와대측이 국정의 연속성을 거론하며 이 총리의 유임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동해시가 가난하니까 동해시 출신 의원이 성추행을 했다 해도 의원직을 사퇴해선 안 된다는 얘기와 정말 똑같은 논리"라고 논박했다. 민주노동당이 등을 돌리는 건 '표 계산'의 측면이 아니라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결정적인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 총리의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부당하고 반개혁적인 정치 공세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 여당 내부의 반발도 노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자칫 당.청 갈등의 도화선을 넘어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정동영 당 의장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을 수 있다.

결국 청와대의 '이해찬 감싸기'는 근본적인 위기 돌파카드라기보다는 향후 상황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분석에 일단은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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