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앙골라 전이 끝난 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우리는 오늘 4명의 공격수가 뛰었다"라고 말했다. 이동국, 이천수, 박주영의 공격 삼각 편대 외에 4번째 공격수는 다름 아닌 박지성. 박지성은 당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빈 틈을 헤집는 돌파력과 중앙에서 박주영과 호흡을 맞추며 한국의 공격을 리드했다.
이 같은 '박지성 효과'에 침체에 빠졌던 박주영도 살아났다. 박주영은 모처럼 중앙에서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결국 몸을 틀어 골키퍼가 잡기 힘든 구석으로 슛을 때려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앙골라 전은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게 될 토고 전의 모의고사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했지만 '월드스타' 박지성과 '축구천재' 박주영, 소위 '양박(朴)'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전문가들도 꽤 많다.
6일(현지시간) 독일 월드컵 홈페이지도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양박(朴)'을 주목했다. 이 홈페이지는 '아시아로부터 엇갈린 메시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독일 월드컵에 준비하는 박지성과 박주영의 각오를 전했다.
박지성은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하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가 행운이나 홈 이점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박지성의 발언은 지난 해 12월 제프 블라터 FIFA(국제축구연맹)회장의 언급에 대한 화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당시 블라터 회장은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한국과 일본은 지난 월드컵에서 이룬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의 수확을 거두는 데에는 모든 국민의 열광적인 응원을 포함해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당시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도 "유럽 축구 시즌은 5월에 끝난다. 한국과 일본의 장마 때문에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이른 5월 31일에 개막했다. 이 일정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유럽 팀들에 악재가 된 게 사실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의 필요충분 조건이 홈 그라운드 이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의 과감한 용인술, 혹독한 체력훈련을 통해 축구 전사(戰士)로 탈바꿈 됐던 선수들의 끈질긴 압박축구 등이 한국 돌풍의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럽을 위시한 세계 축구계의 일반적인 시각은 아직까지 한국이 지난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에 대해 그저 고개를 '갸우뚱'하는 정도다. 결국 '홈 이점과 행운으로 한국이 4강에 올랐다'는 세계 축구계의 지적은 독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이 깨야 할 지상과제로 남게 됐다.
아드보카트호의 간판 선수로서 박지성이 한국 팀의 독일 월드컵 목표를 강하게 표현했다면 아드보카트호의 '젊은 피' 박주영은 독일 월드컵에서 자신이 해내야 할 몫을 담담하게 밝혔다. "(독일 월드컵에서) 내가 할 일은 내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늘 배우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말을 인터뷰 때마다 거의 거르지 않을 정도로 겸손함이 몸에 밴 박주영다운 특유의 화법이다. 하지만 박주영의 이 말은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그 이면에는 내 잠재력을 독일 월드컵에서 충분히 보여준다면 반드시 유럽 진출이라는 좋은 기회가 오게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도 느껴진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박주영이 소중히 간직했던 꿈은 프리미어리그 진출이기 때문이다.
독일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가 주목한 박지성과 박주영이 각각 그리고 있는 목표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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