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를 앞두고 미국과 이란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핵활동을 고수할 경우 "고통스러운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으며, 이란은 자국의 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대규모 우라늄 농축을 감행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란과 북한의 핵활동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이 지난 2일에는 인도와 핵협력을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말 그대로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기존의 핵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새 세대 핵무기 생산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생산기지를 현대화하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핵 보유국들의 핵무기 현대화 경쟁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IAEA 이사회 앞두고 美-이란 팽팽한 신경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인 IAEA 이사회는 이란 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 제재로 가는 주요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4일 IAEA 특별이사회가 유엔 안보리 회부를 결정하면서 최종 '데드라인'을 6일 IAEA 정기이사회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IAEA 이사회를 앞두고 이란과 미국이 불꽃 튀기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5일 이란이 기존의 핵활동을 계속할 경우 "실질적이고 고통스러운 결과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대사는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이에 앞서 4일 "이란은 미국과 서방 우방국들이 추구하는게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이란의 모든 핵활동 중단을 요구해왔다.
이란도 만만치 않다. 이란의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는 5일 "이란 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면 (대규모) 우라늄 농축이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리자니 대표는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석유를 무기로 이용하는 데 관심이 없지만 상황이 변하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리자니 대표는 "핵 연구와 개발은 계속될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중단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무력을 사용하기를 원하면 우리는 우리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 핵탄두 총수는 줄이고 더욱 효과적인 RRW 개발한다**
이란핵을 둘러싸고 양측이 대립하는 가운데, 미국은 새 세대 핵무기 개발을 위한 단계를 차례로 밟아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개량 핵탄두를 새로 개발해 배치할계획을 검토중이며, 기존의 핵무기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새 세대 핵무기 생산을 위해 필요시 오는 2030년까지 생산기지를 현대화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국 핵무기개발 계획을 관리하는 미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의 린턴 브룩스 소장이 지난 1일 미 하원 군사위 전략군사력 소위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브룩스 소장은 소위에서 기존의 핵탄두를 대체할 '신뢰할 만한 대체핵탄두(RRW)'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예산지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룩스 소장은 "기존 핵무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향후 18개월내 무기 디자인 체계를 개선시킬 것"이라며 "퇴역 무기 해체를 위한 설비문제를 포함해 노후 무기 기지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NNSA의 장기개발계획의 첫 단계는 지난해 의회에서 승인받은 RRW 개발이다. 미 하원 세출소위는 RRW 개발 예산으로 총 2500만 달러를 배정하고, 우선적으로 2005년 예산에 900만 달러를, 2006 회계연도에는 2470만 달러를 배정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의회에 이 계획을 위해 2007 회계연도 예산으로 2770만 달러를 요청했다.
이 외에도 이 계획은 2002년 5월 모스크바 협약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미 잠수함과 미사일, 폭격기에 배치한 핵탄두의 수를 1700개에서 2200개 사이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핵탄두의 총 숫자는 줄이고, 더욱 효과적인 공격이 가능하며 보다 안전하게 저장이 가능한 새 세대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이 개발계획의 핵심인 셈이다.
***'형평성' 논란…기존 핵보유국 핵무기 현대화 경쟁 가능성도**
브룩스 소장은 "RRW 개발 노력이 핵 비확산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의 핵 비확산 기록은 예외적으로 훌륭하며 우리의 핵 대처와 비확산 정책은 상호 보완적이며 국제 의무와 완전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신형 핵무기 개발 계획은 그 '형평성' 면에서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란과 북한에 대해서는 평화적 핵 이용권도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자국은 더 좋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으면서 소위 말 안듣는 국가들의 핵활동에는 핏대를 높이는 미국의 '이중 잣대'를 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된다.
더욱이 미국 외에도 영국, 중국, 프랑스 등 기존의 핵보유국들도 자국의 핵전력 최신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핵보유국의 핵무기 현대화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난 2일 미국과 핵협력을 전격 합의한 인도도 가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미 상원 군사위에 출석한 국장정보국의 마이클 매이플스 국장은 "파키스탄은 이미 잠재적인 핵무기 용도의 플루토늄 생산 능력을 개발했다"며 파키스탄도 핵 개발 경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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