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피플파워' 20주년을 맞아 쿠데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선포된 국가비상사태가 3일 해제됐다.
***아로요 "국가 전복하려는 모험주의 용서치 않을 것"**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비상사태 선포 8일만에 "지금 이 순간부터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전국에 방영된 라디오 및 TV 연설에서 "법과 질서가 회복됐다는 강한 확신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아로요 대통령의 이같은 말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정국이 완전히 안정된 것으로 판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비상사태 해제 발표를 불과 75분 앞두고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두 번의 폭발이 있었다. 필리핀 경찰측은 이 폭발로 인한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지만 불안한 정국의 반영인 셈이다.
대통령 자신도 아직 완전히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야당 인사들과 기회주의자들이 국가경제와 국가위신에 해를 끼치는 소모적인 광대노름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로요 대통령은 "(국가를 전복하려고 하는 것과 같은) 모험주의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3차 피플파워' 무산은 "누가 대통령 돼도 똑같다"는 국민 인식 때문**
이날의 비상사태 해제는 지난달 24일 비상사태 선포 이후 쿠데타 위협이 사라졌다는 대통령 안보 보좌관들의 판단과 미국 등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아로요 대통령은 우리가 상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비상사태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날인 2일 필리핀의 국방장관과 법무장관, 그리고 경찰청장은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해제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비상사태 선포 해제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경제난 가중과 실질적인 위협요소 제거 등을 빌미로 외교압력을 행사한 것이 필리핀 정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비상사태 해제 발표 등으로 볼 때 일단 위기는 한 고비 넘긴 듯 보인다. 필리핀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직후 일각에서는 2차 피플파워로 권력을 잡은 아로요가 3차 피플파워로 물러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아로요는 지난해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받아온 데에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난 등으로 민심을 잃었다는 분석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과 달리 '3차 피플파워'는 일어나지 않았다. 필리핀 당국이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시키고, 군인과 아로요 반대파 의원 등 최소 51명의 사람들을 쿠데타 음모와 연관이 있다는 혐의로 구속하는 등 강경하게 나온 탓이다.
또한 경제난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필리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체념도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똑같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1, 2차 피플파워'때와 같은 광범위한 대중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