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지우(본명 황재우, 54) 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맡게 됐다고 학교 측이 27일 밝혔다.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라고 시작하는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그는 1980년대에 발표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전통적인 시 형식을 파괴하는 다양한 문학적 시도를 선보여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승려인 형과 노동운동가였던 동생의 영향을 받은 그는 형식뿐 아니라 주제에 있어서도 종교성과 정치성이 독특한 형태로 섞인 작품세계를 창출했다. 주제와 형식을 넘나드는 그의 문학적 성향은 결국 문학 이외의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에는 아마추어 진흙조각전을 열고 미술과 연극 평론을 집필했으며, 희곡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런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그가 예술영재들을 키워내는 교육기관의 수장이 된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시인 황지우는 195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한 후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73년 유신 반대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했고, 1980년에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을 통해 등단했고,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199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해 왔다.
그의 저서로는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등우량선》,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게눈 속의 연꽃》, 《나는 너다》 등의 시집과 《예술사의 철학》 《큐비즘》 등이 있다.
총장 이취임식은 3월 9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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