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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흡혈형사 나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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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흡혈형사 나도열

감독 이시명 ㅣ 각본 김세겸, 전순욱, 남궁균 ㅣ 촬영 전대성 음악 이동준 ㅣ 미술 최효영 ㅣ 제작 (주)청어람, (주) SM필름 출연 김수로, 조여정, 천호진, 손병호, 오광록 ㅣ 장르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ㅣ 시간 110분 ㅣ 개봉일 2월 9일 | 2006 <흡혈형사 나도열>은 매우 독특한 하이브리드 영화다. 유럽 전통의 드라큘라 스토리를 미국 대중만화의 영웅담과 뒤섞고, 이를 다시 충무로 형사 영화의 시끌벅적한 소동극과 접목시킨다. 한국 대중영화에서 그다지 흔치 않은 소재인 흡혈귀를 전면에 내세운 이 특이한 영화는 흡혈 장르 특유의 컨벤션을 과감히 끌어들인다. 주인공 나도열(김수로)은 빛을 두려워하고 피를 욕망하며 성적 코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나도열은 전염에 의한 종족 번식을 꿈꾸거나 파멸에의 의지를 갖거나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원망하거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아니다. 적어도 흡혈형사 나도열은 그런 비극적인 드라큘라와는 거리가 멀다.
흡혈형사 나도열 ⓒ프레시안무비
오히려 나도열은 DC 코믹스나 마블 코믹스 같은 미국 만화 속에 등장하는 두 얼굴을 가진 영웅이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갖게 된 것처럼, 나도열은 모기에 물려 흡혈귀로 변한 뒤 강력한 힘의 소유자로 거듭난다. 그리고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 악에 맞서 싸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흡혈형사 나도열이 애초부터 선량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 그는 PC 경마 게임장 사장 탁문수(손병호)로부터 뇌물을 받고 범죄를 눈 감아주는 비리 형사일 뿐이다. 또한 흡혈귀가 된 그가 악과 대결하는 이유도 불타는 정의감 때문은 아니다. 자신의 비리로 인해 일파만파로 불어난 경마 게임장 관련 사건을 무마시켜야 한다는 위기감,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여자친구 연희(조여정)와 늘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강직한 선배 강형사(천호진)에 대한 인간적인 신의 때문이다. 나도열은 처음부터 한 가지 잣대로 단순하게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인 캐릭터인 셈이다. 나도열의 활약에 불을 당기는 것은 성적 코드들이다. 흡혈귀가 된 나도열은 에로틱한 여성의 몸에 흥분하며 에너지를 얻는다. 여성의 육체가 전하는 시각적 자극은 마치 <오스틴 파워>의 모조처럼 나도열의 얼굴을 흡혈귀로 바꾸며 슈퍼 파워를 선사한다. 나도열은 바로 그런 성적 흥분을 얻는 상태에서 악당과 싸우며 액션 영웅으로서 기지를 발휘한다. <흡혈형사 나도열>의 코미디는 바로 이런 성적 장치와 격투 액션이 맞물리는 데서 나온다. 나도열이 초능력을 얻기 위해 PMP로 포르노 동영상을 보거나, 여성의 속옷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반복적인 소동이 대표적이다. 김수로가 들뜬 호흡으로 내뱉는 즉흥적인 대사, 과장된 몸짓과 표정은 웃음의 강도를 더욱 높인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장르 규칙을 보존하면서도 파괴한다. 흡혈귀는 이미 무수히 변용되어온 소재이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형사 영화와 맞물린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워 보인다. 비리 형사의 자기 갈등, 동료 형사와의 우정, 범죄 집단과의 대결,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 장면까지 모두 담아낸다. 세련된 촬영이나 스타일로 시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대중적인 인기가 검증된 이 장르의 요소들을 빠짐없이 끌어들인다. 미국 슈퍼 히어로 영화의 익숙한 장면을 거침없이 패러디하는 과감함, 웃음을 위해 기꺼이 여성의 육체를 희화화하고 희생시키는 마초적 결단력은 <흡혈형사 나도열>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보여준다. <흡혈형사 나도열>의 혼성 장르적 시도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나도열이 갑자기 얻게 된 초능력에 당황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수많은 장르 요소들의 운동이 파생시키는 과잉의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지는 못한다. 뛰어난 조연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의 빈틈을 메워주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야수>와 비슷한 듯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손병호의 악인 연기는 특히 기억할 만하다. 나도열을 그림자처럼 쫓는 흡혈귀 사냥꾼 비오신부 역의 오광록 역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긴다. 이번에는 비오신부의 역할이 적은 편이지만, 만일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그가 더욱 맹활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미국의 슈퍼 히어로 영화처럼 속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과연 '나도열 시리즈'가 만들어질 있을까? 할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영국 해머 스튜디오의 클래식 몬스터 영화처럼 열혈 팬을 확보하게 될까? 김수로는 벨라 루고시처럼 위대한 흡혈귀의 초상을 완성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첫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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