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이냐, 아니면 워싱턴시장이냐?"
덕수궁터 미국 아파트 신축과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명박 시장도 이같은 불만을 의식한듯 서울시청 주변을 2일 대낮부터 수십대의 전경차량들로 겹겹이 에워쌓다.
이같이 전경차량이 철통같은 호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덕수궁터 미국대사관·아파트신축 반대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덕수궁 터 미국대사관 신축에 대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태도 변화를 비난하는 집회를 갖고 거리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시민모임은 지난달 30일 이명박 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보다는 외교통상부가 대화상대로 나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과 "85년 서울시가 미대사관측과 작성한 양해각서가 있어 서울시로서도 입장이 난처한 대목이 있다"고 한 발언이 미국대사관측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이에 따라 규탄결의문을 통해 "이시장은 지난 7월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와 당선자시절에 자신이 했던 덕수궁터 미대사관 아파트 신축 관련 발언 내용을 뒤집고 미대사관을 비호하는 망언을 하였다"며 "이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덕수궁터를 지켜내 '시민의 시장'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강찬석 위원장은 "이명박 시장이 작금의 국민분노를'단순한 국민감정'이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문화재 사랑에서 정말로 반미감정으로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시장이 과연 서울시장인 워싱턴시장인지가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의 홍근수 목사도 "이시장의 말뒤집기는 말바꾸기를 일삼는 일관성없는 정치인의 전형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미국이라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든 어디든 역사적 의미가 큰 덕수궁터를 파헤치고 건물을 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천준호 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은 "덕수궁터 문제에서 중요한 대목은 대사관 신축을 위한 대체부지를 마련하여 미국과의 협상에서 준비된 카드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맡아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할 서울시장이 유보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현재 미국과의 협상에서 총대를 서로 메기 싫어서 건교부와 외교통상부는 서울시에, 서울시는 다시 정부에 이 문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고 정부부처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며 "특히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장다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점점 미국측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따라서 "나서지도 못하고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시간만 보내다가는 미국측의 막판 압력으로 아파트 신축을 허용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장의 한 측근인사는 "법대로 하겠다는 시장님 말씀은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고 대신 해명하며 "요즘 언론에 시장님의 뜻이나 향보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서울시청 출입기자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은 덕수궁 터에 대한 이사장의 태도가 당선 직후와는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시청측 해명을 일축했다.
한편 미대사관측은 이 문제에 관해 한국과의 대화창구를 외교통상부로 한정해, 건축법이나 문화재관리에 관한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외교적, 정치적인 차원에서 일괄타결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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