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의 발전으로 먹을거리의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그 질은 형편없이 낮아졌음을 보여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한 소비자단체가 지난 1940년대와 현재의 우유 및 고기의 미네랄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대략 절반 가량 감소했음을 밝혀낸 것이다.
영국의 소비자감시기구인 '식품위원회(Food Commission)'는 영국 식품규격청이 발간하는 〈음식의 성분(Composition of Foods)〉에 발표된 유제품과 고기의 주요 미네랄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2일 영국의 일간지〈가디언〉이 보도했다.
***파르메산 치즈 마그네슘 함유량 무려 70% 감소**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오늘날까지 음식의 화학적 구성에 대한 분석을 종합해본 결과 우유와 고기 등 음식물에 포함된 미네랄 함유량이 지난 60년 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푸드〉 잡지에 나온 식품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쇠고기 엉덩이살의 철 함유량은 60년 전에 비해 55% 감소했으며, 마그네슘 함유량도 7% 떨어졌다. 또 15종류의 고기를 조사한 결과, 철 함유량은 평균 47%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철 함유량의 경우 우유는 60%, 크림과 8종류의 치즈는 평균 50% 줄어들었다. 우유의 경우는 칼슘은 2%, 마그네슘 또한 21% 감소했다.
치즈 역시 미네랄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체더 치즈의 경우는 칼슘은 9%, 마그네슘은 38%, 철은 47% 줄어들었다. 파르메산 치즈는 더욱 심각하다. 마그네슘은 무려 70%가 줄어들었고, 철의 경우는 1940년의 철분 함유량과 비교했을 때 거의 사라지고 없음이 발견됐다.
***"영양소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탓"**
이번 분석은 2000년에 과일과 채소에 함유된 영양소의 시대적 추세를 분석한 바 있는 영양사 데이비드 토마스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0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분석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영양소 감소의 원인으로 집약적 농업, 농업의 산업화 등을 꼽았다.
이같은 미네랄 감소에 대해 팀 롭스테인 영국 식품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원인을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농업은 땅이 스스로 지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놔두지 않고 있다"며 "사람과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생산 시스템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뉴캐슬 대학의 농업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농장에서 생산되는 우유의 지방과 비타민 함유량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건초를 먹고 자란 과거의 소와 의도적으로 빠르게 성장시킨 풀 등을 먹는 소가 생산해내는 우유의 성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파르메산 컨소시엄의 레오 베르토즈 국장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지난 60년 간 치즈를 만드는 방법은 변하지 않았지만 치즈의 원료인 우유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젖소는 과거에 비해 5~6배 되는 우유를 생산해낸다. 예전엔 건초만 먹였지만 지금은 여기에 곡류와 콩이 첨가됐기 때문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미네랄 함량이 줄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분석 방법이 발전한 탓이다" 반박도**
이에 대한 축산업자와 식품업계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이들의 논리는 성분분석 방법이 발전해온 탓에 분석결과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음식의 구성〉을 편찬하는 영국 식품규격청은 영양소 함유량의 시대별 비교는 문제가 많다고 반발했다. 식품규격청은 성명을 통해 "(식품의 영양소 구성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에는 품종의 다양성, 동물 사육방식, 저장 환경의 변화와 같은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뿐 아니라 분석방법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디스 브라이언 낙농협회장 또한 경작방법이나 환경적 요인의 변화는 작은 부분이며 "분석방법의 발전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축산위원회도 분석결과가 영양소 감소로 나타난 것은 더 나아진 분석방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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