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민주당 통합론'이 '반(反)한나라당 전선' 및 '영남포위론' 논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논쟁을 주도하는 쪽은 영남 대표주자를 자임하는 김두관 후보와 염동연 의원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민주당 통합론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는 임종석 후보다. 여기에 김두관 후보와 영남권 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김혁규 후보도 직간접적으로 개입됐다.
최근 각 캠프 여론조사에서 3~5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가장 큰 전대 쟁점인 셈. 이에 따라 김두관-임종석을 양 끝점으로 하는 '민주당 통합' 논쟁의 향후 전개 양상은 중위권 순위를 결정지을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김두관 "反한나라·영남포위론은 낡은 정치공학…정권재창출도 불가능"**
공격의 포문은 김두관 후보가 먼저 열었다. 김 후보는 23일 "지역연합을 통한 민주대연합론, 반(反)한나라당 전략은 낡은 '영남고립화' '영남포위론'의 변종일 따름"이라며 "이 같은 낡은 정치공학으로는 지방선거 승리는 물론 정권재창출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지난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검증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97년 대선에선 이인제 후보의 영남 득표가 큰 역할을 했고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영남권에서 25% 이상 득표했기 때문에 당선이 가능했다"며 "반한나라당 전략은 오히려 영남에서의 한나라당 결집 강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사실상 임종석 후보를 직공했다.
김 후보는 "영남을 포위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영남 단체장을 배출하고 득표율을 높이는 것이 지역구도를 혁파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석 "反한나라당 전선과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영호남 분열주의"**
임 후보는 이에 대해 24일 "영남포위론 변종 운운은 정권재창출을 포기한 영호남 분열주의"라며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임 후보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反한나라당 전선은 영남포위론의 변종이 아니라 한국정치발전의 원동력이자 실현가능한 중도개혁노선"이라며 "예비선거에서 국회의원, 중앙위원, 상무위원들께 감히 '임종석과 김두관 중 하나의 선택'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날을 세웠다.
임 후보는 "정권재창출의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 말뿐인 개혁, 얼치기 개혁은 역사를 멍들게 하고 민심에 상처를 준다"며 김 후보의 "심지어 정권 재창출만이 개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 후보는 "(김 후보는) 우리당의 확대강화를 통한 정권재창출의 길을 버리고 내부분열의 쐐기가 되어 영남당을 따로 만들기라도 하겠다는 뜻인가"라고 공세를 펼쳤다.
***김혁규 "전대 후 통합 추진…민주당과 통합 반대 안 해"**
양 후보의 이 같은 난타전에 영남권의 또 다른 주자인 김혁규 후보는 '양비론'으로 가세했다.
김 후보 캠프의 대변인 격인 김종률 의원은 "김 후보는 전당대회 직후 공식기구를 만들어 민주당을 포함하는 범민주세력의 통합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면서 "김 후보가 영남출신이라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호남 표심에 공을 들였다.
김 의원은 "일부 후보가 특정 지역을 정치적 교두보로 삼기 위해 지역을 볼모로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특정지역 대표성을 띤 후보로 자처하면서 출신지역 고립을 통해 상대적 이익을 챙기려는 역(逆)지역주의도 안 된다"고 김 두관 후보 측에도 공세를 가했다.
이 같은 3자간 논쟁은 당권경쟁에 뛰어든 후보들 간 대립 관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김두관, 임종석 후보의 경우 자신의 이슈를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상호 비난전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대립이 격화될수록 양측의 지지표가 결집하게 되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이같은 전략적 '공생'의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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