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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대통령, 이해찬 총리 몰래 유시민 키웠나?

청와대와 정부의 혼란스런 '유시민 입각' 메시지

"노무현 대통령은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을 입각시키던 2004년 7월부터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어나갈 지도자의 재목으로 유시민 의원을 주목하면서 입각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리는 윤태영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 8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시킨 대통령의 속내를 밝혔다.

윤 비서관의 이같은 언급은 유 의원 입각을 놓고 정동영, 김근태 두 차기 대권주자를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이른바 '제3 후보론'이 정치권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3후보론'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5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유 의원 입각이 차기 대권 구도와 연관된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상상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청와대, 그것도 올 2월 발표될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비전을 담은 '미래구상' 집필을 담당하고 있는 윤 비서관을 통해 나왔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윤태영 "노대통령, 유 의원 입각 2004년 7월 계획"**

윤 비서관은 8일 '준비하는 대통령'이라는 글에서 "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던 정동영, 김근태 두 사람을 '대권수업'의 일환으로 입각시키면서 당의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의 재목으로 정세균, 천정배, 유시민 의원 등을 주목, 장차 이들을 입각시켜 국정경험을 풍부하게 쌓도록 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현재 천정배 의원은 법무장관으로, 정세균 의원은 산자부 장관 내정자로, 유 의원은 복지부 장관 내정자로 모두 행정 경험을 갖게 됐다.

윤 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위 활동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개각 전후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해 20대의 67%, 30대의 49%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등 대중성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의 이런 판단은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가 레임덕을 두려워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통령 자신이 국민의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장관을 역임하면서 국정 경험을 체득했듯이, 차세대그룹에게는 가급적 기회를 열어주면서 경륜을 쌓도록 해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앞서 언급한 인사들 외에 우리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그룹을 기회가 되면 적극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지도자 그룹을 경쟁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윤 비서관은 또 유 의원이 그간 기간당원제도 등 당헌.당규 문제로 당내 갈등을 빚어 왔던 점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은 이는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원칙을 관철하려는 측과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자는 측의 인식 차이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며, 어느 한 쪽의 잘못으로 규정짓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문제로 인해 갈등과 감정이 생겼다 해도 그 자체가 입각의 장애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 입각을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유 의원 천거한 이해찬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설' 전면부인**

'제3 후보론'은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이 지난 2일 노 대통령이 유 의원 입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표면화됐다. 김 수석은 노 대통령이 유 의원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유 의원이 우리 사회의 일정 계층을 대변하고 있는 한 정파의 대변자로 상당한 지지 계층이 있다고 봤을 때 국무위원으로 들어와 내각에서 일하는 데 큰 문제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수석은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유 의원을 '한 정파의 대변자', 즉 당내 일부 개혁그룹의 지도자로 보고 입각시키겠다는 청와대의 인식은 이들 그룹에 대한 정치적 지원의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같은 정치적 의도에 대해 전면 부인해 왔다. 김 수석도 지난 4일 유 의원 내정사실을 밝히면서는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더 나아가 이해찬 총리는 지난 5일 '제3 후보론' 등에 대해 "사람들이 정치에 관해서는 상상력이 비상할 정도로 풍부하다"며 "상상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것"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유 의원이 한때 이 총리 보좌관을 지냈고, 이번 입각에도 이 총리의 적극적인 천거가 있었다고 알려져 이 총리의 완강한 부인으로 유 의원의 '차기 대권주자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상황은 노 대통령이 윤 비서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물밑에서 진행되던 '유 의원 대권주자 만들기' 공식 출범?**

물론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이런 시도가 차기 대권구도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세대, 차차세대 지도자 군을 키우겠다는 것이지 차기 대선과는 상관없다"며 "시대가 변해 현직 대통령이 직접 대선후보군을 키우고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 대권주자 만들기'는 여권 일각에서 암암리에 오래 전부터 기획돼 온 것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간접적인 입장 표명이 차기 대권구도와 무관한 것이라는 청와대 측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유 의원 주변에서는 여론조사에서 20%에 달하는 노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만 흡수해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얘기가 정동영, 김근태 두 주자가 입각 직후 어려움을 겪을 당시부터 흘러 나왔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한 문화계 인사도 대권주자로서 유 의원의 경쟁력에 대해 역설하고 다니는 것이 여러 군데에서 목격됐다. 그리고 유 의원이 기간당원제에 목숨을 건 이유도 평당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당내 구도를 자신에게 좀더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어도 유 의원 측에선 '제3의 대권후보'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노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해 왔던 유 의원이 이런 '큰 그림'을 노 대통령 모르게 그렸을 리 없다. 유 의원과 이해찬 총리의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이 총리도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아니라면 유 의원은 여권 일부 의원들이 지적하듯 '상종할 수 없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유시민 대권주자 프로젝트'는 유 의원 몫**

이제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 의원을 차기 지도자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유시민 대권주자 만들기'는 공식화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은 전적으로 유 의원 몫이다. 어쩌면 여기까지가 유 의원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노 대통령이 해줄 수 있는 마지노선인지 모른다.

노 대통령은 윤 비서관을 통해 "우리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그룹을 기회가 되면 적극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쟁구도를 통해 상황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현 대통령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또 노무현 대통령도 대권주자로서 전임 대통령의 한계를 딛고 나왔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노빠 주식회사 대표이사'를 자임해 온 유 의원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전적으로 유 의원의 몫이다. 하지만 입각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의 노골적인 반발과 더불어 청와대와 정부가 혼란스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첫 출발이 그다지 깔끔해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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